셜록이 난리다. 백만이 봤는데 논란은 천만 수준. 사기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법리해석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동안 마케팅에 속거나 재미 없었던 영화는 시장이 증명을 했는데 셜록만 왜 이렇게 난리인건가.
셜록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정확히는 이 입장을 알 수 없다. 드라마 '셜록'을 무척이나 재밌게 봤으니까. 하지만 매니아라 칭할 정도는 안된다. 응팔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지만 몇번이고 되돌려 보면서 소품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건 소수다. 아무튼 원작, 전작의 유무와 관계 없이 영화는 그 한편으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셜록'이 불친절하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완결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문제다. 어느 여자가 죽은 척 하고 시체를 바꿔치기하는 게 추리의 전부라니. 셜록의 이름을 팔아먹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코난 도일이 코웃음 칠 일이다. 영화적 재미가 빅토리아 시대로 넘어간 캐릭터의 변신,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셜록의 혼란 같은 요소에 맞춰져 있으니 추리 본연을 벗어난 결과다. 추리하지 않는 셜록이라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영화가 그들만을 위한 버전이었음은 초반 15분을 할애한 설정놀이로도 충분히 알 만하다. 이 영화가 무참히도 욕을 먹는 이유는 그 불친절함에 있다. 취향입니다. 존중하시죠는 다른 사람 역시 존중할 때 성립한다. 하기야 비싼 돈 주고 들여와서 누가 이 영화가 드라마의 연장일 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나오는 루팡이라도 나온다고 해야 할 판인데. 또 제대로 알려줬다 하더라도 셜록이라는 제목이 주는 유혹을 뿌리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래 저래 같은 결과였을꺼다.
셜록을 애청한 사람으로서
처음 OCN에서 이 시리즈를 했을 때 정말이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친거 아니야? 현대 배경의 셜록, 그것도 컴버비치의 저 말도 안되는 싱크로라니. 아웃사이더를 뺌칠 만큼 거침없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보다 다르게 내뱉는 시니컬한 대사는 영어 한 줄 못알아 듣는 이도 심장이 벌렁거리게 만든다. 게다가 때에 맞춰 화면을 가득 메우는 적절한 아이콘들은 내가 드라마를 보는 건지 영화를 보는 건지 아니면 저 자리에 있는건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유령신부>는 모리아티와의 연결고리, 셜록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물론 초반 15분의 루즈한 설정 설명은 별로였지만 소품들을 보는 것도 나름 재밌었고. 오히려 말미에 붙은 말도 안되는 현장인터뷰가 더 문제였다. 사실 셜록 애청자는 컴버비치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콩닥 거리니 그 무얼 가져다 놓는 들 재미가 없을리 없지. 여성 인권에 대한 반란이라는 소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체 바꾸기라는 고전적 설정도 문제가 안된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전작들의 소재들, 소설 속의 잔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재미가 이렇게 극단으로 달리니, 논란이 없어질 수가 없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 올리는 후기가 제각각이니. 그렇지만 이제는 드라마 안본 사람이 보면 백전 백패, 드라마를 본사람도 일부는 재미 없음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음.. 사실이다. 딱 저정도. 드라마 셜록을 재밌게 봤고 영화도 나름 재밌었지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욕 먹을게 확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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