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미니언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악의 추종자

슬슬살살 2016. 2. 1. 22:06

파란색 스머프가 선함의 상징이라면 악을 대표하는 요정 군단은 미니언즈 요놈들이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전작과의 연결고리는 거의 없으니 처음 접하더라도 일부러 전작을 찾아 볼 필요는 없다. 해외에서는 박스오피스를 씹어먹은 작품이지만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유난히 고전하는데 아무래도 한국이 좋아하는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코드여서라 생각된다. 일종의 병맛코드라 할 수 있는 이 정서는 스폰지밥의 한국 성적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선함,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순수한 악을 추구한다는 독특한 설정이지만 미니언즈의 귀여움이 이 악함을 상쇄한다. 고대부터 존재했던 미니언즈는 그 시대 최고의 악당을 보스로 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뭔가 핀트가 계속 안맞아 자기들의 보스를 계속 죽여왔다. 어쩌면 이들이야 말로 히어로가 아닌지 모르겠다. 드라큘라가 보스일 때는 생일 축하한다고 창문을 열어 햇빛을 쐬게 해서 죽이고 다른 보스를 찾는 식이다.

 

보스가 없을 때 미니언즈는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다. 맨 마지막 보스로 모신 나폴레옹이 죽은 이후 프랑스군으로부터 피해 산 속에 숨은 미니언즈들. 집단 무기력에 빠진 집단을 대표해 3명의 미니언이 최고의 악당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악당 엑스포에서 최고의 악당 '스칼렛'을 만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좌를 뺏기 위한 치열한 모험, 악을 섬기면서 묘하게 세상을 구해 나가는 미니언즈의 모습이 유쾌함을 선사한다. '보는 내내 유쾌'라는 흔한 수사적 표현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영화는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