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궁금했다. 서점란에 도대체 연애라는 카테고리는 왜 있는 거고, 도대체 그걸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건가. 과연 '연애'라고 하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 독서라는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종류의 것인가. 외국어를 절대로 글만으로 배울 수 없듯이 연애를 포함해 모든 의사소통 방식 - 예를 들면 토론하기, 편지쓰기 같은 - 은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공부하는 팁을 얻을 수는 있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수많은 계발서의 함정이 거기에 있다. 거기에 적힌 걸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주머니에서 책 값만큼의 돈이 줄어든 걸 제외하고는.
물론 연애라는 키워드가 늘 궁금한 아이템인 건 사실이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남자가 한 저 말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20년? 25년? 전 쯤 베스트셀러 중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었다. 남녀간의 차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결국 알지 못하는 분야다.
이런 연애라는 키워드로 컨설팅을 시작한 이가 최초의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이다. 누군가에겐 쉽거나 자연스러운 경험이 누군가는 컨설팅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이 '연애'처럼.
저자 송창민은 이 책이 연애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언자가 되길 바란다라고 서문에 밝혔지만, 글쎄. 솔로 탈출을 위한 연애의 기초로 시작해서 영원한 연애의 진리에 이르는 목차가 연애의 바이블이 되기는 무리가 아닐까. 게다가 문장 곳곳에 남자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여자는 밥순이가 된다는 둥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은연중에 녹아 있어 순수성도 의심된다. 연애의 완성이 반드시 결혼인건 아니지만 대다수의 커플이 이런 절차를 밟고 있음을 생각하면 미혼인 저자의 보편성조차도 담보할 수 없다. 10년 전의 책임을 감안하더라도 저자의 표현, 관점, 수준은 촌스럽기 그지 없다. 엄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여성 백과사전에서 "나이프와 포크는 접시 바깥쪽부터 집어 먹습니다"라는 문장을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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