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토피아>의 메세지는 명쾌하다. 모두가 공존하는 차별없는 세상. 주토비아는 겉보기에는 평등화된 세계다. 모든 육식·초식 동물이 본성을 억누르고 공존하는 이 세계는 타고난 성품은 유지하면서 평화로운 공존을 모토로 하는 현실이다. 인간 세계처럼 범죄가 존재하고 불평등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다. 그런데, 정말로 완전한 평등이란게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화라는 워딩 이면에는 욕심이라는 키워드도 함께 주어진다. 주토피아의 생물도 역시나 욕심에서 자유롭지 않다.
토끼 주디는 경찰을 꿈꾸지만 누구도 그 꿈을 반기지 않는다. 가족들은 토끼에 어울리는 삶을 살라고 충고하며, 육식동물들은 그녀의 나약함을 비웃는다. 그러나 경찰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주디는 노력 끝에 경찰이 된다. 여기까지는 노력만으로 되었다지만, 그 이후가 문제. 그녀의 노력과 관계 없이 경찰로서의 삶은 차별과 편견으로 가로 막혀 있다.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어'는 '전문대를 나와서는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어', '여자가 무슨' 등으로 등치 될 수 있겠다.
주토피아 경찰서에 떨어진 가장 큰 사건은 동물들의 연쇄 실종 사건. 인정받지 못한 주디는 주차위반 딱지를 떼는 신세로 머물러 있지만 금새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된다. 귀여운 여우사기꾼 닉과 함께. 여차 저차 닉의 약점을 잡은 주디는 함께 사건의 중심에 조금씩 접근하고 이것이 단순 실종이 아님을 알아챈다. 사건의 동물들이 타의에 의해 야생동물로 돌아간 것. 이 사건의 뒤에는 시민들에게 육식동물의 야생화를 숨기고 체제를 지키려는 사자 시장의 욕심이 숨겨져 있다.
닉과 주디의 사건 추적 모습과 함께 펼쳐지는 주토피아 곳곳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는 패러디와 유쾌함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동물들이 쓰는 핸드폰의 로고가 당근 모양의 애플인 점은 가장 잘 보이는 패러디다. 곳곳에 프라다, CNN, Just do it, Let it go 등등 미국 문화의 정수들을 귀엽게 패러디 했다.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 O07 같은 영화, 리먼 브라더스 같은 사회현상까지 재미있게 녹아 있다. 느린 행정을 비꼬는 나무늘보 공무원의 모습은 너무나도 웃기다. 이 녀석은 영화 마지막에 사석에서는 스피드를 광적으로 즐긴다는 반전까지 나온다.
스토리의 큰 줄기는 범인 찾기이지만 차별과 역차별, 편견과 이기주의 같은 범 사회적 현상을 무겁지 않게 녹여 넣어서 재미와 주제의식 모두를 담아냈다.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색감과 스피디한 액션, 유머도 모두 훌륭하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비서였던 양 벨웨더로 드러난다. 육식동물의 차별에 분노한 양이 사회적인 역차별을 일으켜 초식동물의 지지를 얻고자 했던 것.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색깔론으로 봇주의자를 결집시키려는 행동이랄까. 사연은 심정적으로 이해하지만 또다른 역차별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법. 심지어 이를 위해 각종 불법을 저질렀으니 당해도 싸다. <주토피아>는 노력으로 극복하는 편견이라는 가벼운 주제와 사회 전반에 묻어있는 편가르기와 양극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잘 버무렸다.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유치할 수 없는 스토리 라인도 모두 완벽한 애니메이션. 다만 내용이 조금 복잡하고 어려워 아이들이 보기에는 좀 무리가 따른다.
PS. 나무늘보 귀여워. 주디도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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