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부연설명에 지치다

슬슬살살 2016. 4. 12. 17:41

역시나. 지루하다.


전작에서도 지루했다.


생존게임이면 생존게임 답게 액션과 분위기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텐데 사전설명이 너무 길다. 전작이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속편에도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 건 너무했다. 활자와 영상을 등치시켰을 때 나오는 현상으로 <판엠의 불꽃>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국내 팬의 외면을 받았다.


74회 헝거게임에서 최초로 공동 우승한 캣니스와 피타. 민중 궐기의 불씨가 되어버린 그들을 막기 위해 '캐피탈'의 높으신 분들은 새로운 헝거게임을 만든다. 75회 특집. 12개 지역에서 역대 우승자를 출전시키는 이른바 왕중왕 특집. 한번 우승하게 되면 다시 출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출전하는 이들은 이미 헝거게임에 출전했던 이들인지라 그 두려움은 몇배다. 재밌는 건 프로게이머처럼 헝거게임만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있는 모양. 아마도 돈을 받고 대리 참석하는 용병 같은 형태인 듯 하다.


새로 마련된 경기장은 시계 모양으로 매 시각 독가스, 식인 원숭이, 번개같은 장애물들이 참가자를 공격한다. 참가자들은 캣니스 연합과 반 캣니스 연합으로 갈려 상대를 공격하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캣니스는 결정의 순간마다 머뭇거린다. 앞서 지루하다는 얘기를 하긴 했지만 경기장면만큼은 제대로다. 정글을 배경으로 독가스를 피하거나 중독되는 모습, 캣니스가 갈증에 괴로워하는 모습은 생존물이라는 본질을 잘 살리고 있고 희생된 이들을 가차없이 버리는 냉정함 또한 영화의 비장미를 넘치게 한다.



자신들을 노리는 번개를 이용해 경기장 자체를 파괴하는데 성공한 캣니스 일행을 구조한 건 경기의 프로듀서인 플루타치와 남자친구 게일. 사실 캐피날에 반기를 든 플루타치가 반란의 구심점이 될 캣니스를 구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타를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경기장에 버려진다. 분노하는 캣니스에게 게일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경기장 파괴 후 고향인 12구역이 공격당했으며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내용. 이제 돌아갈 곳이 없어진 캣니스의 복수를 암시하며 영화는 끝난다.


어두운 분위기의 디스토피아를 잘 그려냈지만 착취받는 민중, 누리는 일부의 대립관계를 보여주는데에는 실패했다. 그 때문에 헝거게임 자체적인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구질구질 부연설명 가득한 영화 초반도 지루하기 그지 없다. 대형 전투씬이 없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반란이 펼쳐질 3부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장면이기에 기대된다. 제발 차기작에서는 거대한 세계관을 주입시키기보다 볼거리를 좀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