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최고의 영화
같은 메세지를 언제나 새로운 방식으로 선전하고,
대중의 분통이 터징 때까지 절대 가만 두지 않는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세번째 시리즈에서 헝거게임의 주제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4개 시리즈중 가장 완벽했던 작품이 <모킹제이>라 생각한다. 헝거게임은 선동과 선동이 대결하는 영화다. 강력한 액션과 생존경쟁은 부수적 산물일 뿐이다.
전작에서 반군에게 구조된 캣니스와 남겨진 피타는 각각 판엠과 13구역을 대표하는 선동의 아이콘이 된다. 아직 입장을 분명하게 하지 못한 12개 구역들은 이들의 선전을 보면서 반란 참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혁명을 대표하는 모킹제이가 된 캣니스는 피타를 구출하는 조건으로 혁명군 선전에 참여한다. 일종의 얼굴마담이 된 캣니스는 다른 영화에서처럼 전투의 선봉에 서거나 부대를 지휘하는 대신, 카메라맨과 연출진을 이끌고 홍보영상 촬영을 한다. 다만, 보다 진실된 '선동'을 위해 적당히 위험한 구역을 돌면서 메세지를 촬영한다. 이 과정에서 8구역을 방문하고, 이를 알아챈 캐피탈의 스노우 대통령은 이곳에 집중 공격을 함으로서 반란군이 캣니스를 거부하도록 한다.
영화는 내내 숨가쁘게 벌어지는 전투 대신에 양측에서 선동가로 활동하는 피타와 캣니스의 인터뷰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피타에게 느끼는 캣니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낸다. 시간이 갈수록 지쳐가는 피타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캣니스의 진정성으로 세력이 커진 반란군은 곳곳에서 캐피탈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다. 한편, 피타는 생방송 중 힘을 짜내 13구역 공습을 알린다. 당연히 방송은 직후 차단된다. 이제 피타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다.
캣니스가 부른 노래를 합창하며 목숨을 버려가며 캐피탈에 대항하는 반군세력. 드디어 캐피탈에 공급하는 전기를 차단하는데까지 이르고, 이 때를 이용해 피타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피타를 구해 온 일행. 그러나 엄청난 세뇌를 받은 피타는 캣니스에 대한 증오만 가진 인물로 변해 있다.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모킹제이>편은 화려한 전작과는 차이가 있다. 블록버스터 답지 않게 장엄한 전투씬 대신 미묘한 감정관계, 진정한 공포정치에 대한 고찰, 통제사회의 모습등을 진중하게 담아냈다. 액션파트가 축소되었음에도 수많은 생각거리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빈틈이 없는 영화가 되었다. 암울한 세기말적 모습 위에 덧씌운 선전공작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예. 특히나 앳된 모습을 벗고 미모 포텐이 폭발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와 등장 하나하나마다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피타 역의 조쉬 허처슨 역시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시리즈에서 충분하지 못했던 배경 설명도 충실하다. 예를 들면 판엠의 수립과 헝거게임의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물론 원작을 읽은 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긴 하지만, 헝거게임의 역사는 캐피탈에 대한 민중봉기부터 시작 된다. 과거 캐피탈 공격에 실패한 13개 구역에 내려진 징벌이 바로 헝거게임의 시작. 당시 반란을 주도했던 13구역은 멸망하고 12개 구역은 각각 대표자를 헝거게임에 출전시켜야 했던 것. 헝거게임은 단순히 오락거리일 뿐 아니라 지역간의 갈등을 부추겨 결집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우민정책의 시작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쉽다. 게다가 출전 선수가 죽어야 끝나는 경기이니 해가 거듭할 수록 구역간의 갈등이 커져 버린 것이다. 진정한 적을 감추고 분노를 다른곳으로 발산하게 하는 심오한 공포통치 과학이 숨어있다. 이 때 구심점이 되어 버린 캣니스의 존재는 그래서 위험한 것. 반란의 중심에 선 한 명의 평범한 여인을 세밀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PS. 모킹제이: 판엠의 새 종류로 노래나 말을 따라하는 흉내어치다. 이 런 모킹제이가 혁명의 상징인 것은 선동에 좌지우지하는 민중을 우회적으로 비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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