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헝거게임: 더 파이널] 어이없는 마무리. 깨어나니 끝났다니.

슬슬살살 2016. 4. 18. 16:51

최악의 마무리. 이름난 원작을 성의 없이 영상으로 옮겼을 때 나타나는 지루함의 예. 4년동안 이어진 헝거게임 시리즈가 드디어 끝났다. 배틀로얄 스러운 설정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캣칭 파이어 >-<모킹제이>로 이어질수록 균형잃은 모습으로 관객 숫자는 점점 줄었다. 물론 북미를 비롯해 세계적인 흥행 몰이에는 성공했으나 유독 한국에서만 힘을 못쓴다. 블록버스터에 환장하는 시장인데도 말이지. 제니퍼 로렌스의 매력도, 블록버스터 필승 공식도 작동하지 않는 게 헝거게임 시리즈의 현실이다. 그동안 4개의 시리즈를 보면서 <모킹제이>만이 훌륭했고 나머지는 평이했다는게 내 심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최악. '알고보니 모든게 꿈이었어'라는 설정보다도 무책임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 끝에 피타를 구출한 13구역의 반란군. 이제 캐피탈로의 진군많이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초대형 전투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도 잠시, 결국 소규모로 구성된 스노우 암살단이 왕궁을 향해 진격하는 평범한 서사다. 진군 도중 수많은 트랩 돌파가 있지만 그저그런 수준. 이 과정에서 피닉이 허무하게 사망한다. 캣니스 일행은 피난민들 사이에 숨어들어 대통령궁으로 향하려 하지만 공중에서 구호품인 것처럼 떨어져 내린 폭탄으로 작전은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병으로 지원한 캣니스의 동생이 사망한다. 그리고 캣니스가 깨어나니...



전쟁은 끝났고 스노우도 잡혔다. 도대체 이게 뭐야! 깨어나니 끝났다니. 오히려 영화의 메세지는 전후처리에서 드러난다. 스노우의 처형을 맡은 캣니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반란군의 대통령인 코인이 캣니스의 인기를 두려워했으며 피난민들에게 폭탄을 떨어트려 내분을 유도한 장본인도 코인이었던 것. 게다가 반란군의 복수심을 위해 캐피톨 시민들로 헝거게임을 개최하려는 코인의 모습은 제2의 독재자를 연상케 한다. 결국 권력의 속성은 반란군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래 헝거게임 시리즈가 화려한 액션보다는 캣니스의 내면 변화와 각종 비유와 상징을 통한 권력의 어두운 속성을 다루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콰도하게 캣니스에 집중한 점이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듯. 게다가 캐피탈의 파괴라던지, 누리고 살았던 자들에 대한 응징 또한 볼 수 없어 디스토피아 세계의 어두움을 전달하는 것도 실패했다. 유사한 세계관이지만 <메이즈러너> 시리즈 쪽이 볼거리가 더 많다. 특별하게 머리속에 떠오르는 장면도 없는 망작.오히려 로맨스적인 요소가 더 강하기는 하지만 전사와 개인, 모킹제이와 캣니스를 오가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더 늘어지지 않고 적당하게 마무리한 점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