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과거, 인간 관계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뤄졌다. 직접 만남은 감정을 공유하고 상대방을 나와 동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속마음과는 다르더라도 겸손을 떨기도 하고 일부러 양보를 하기도 하면서 사회 관계를 유지, 확장하면서 그럭저럭 건전한 방향으로 기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상의 또다른 자아가 존재한다.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사회 안은 현실보다 엉망진창이다. 여기서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대화가 아닌 배설을 한다. 현실에서의 삶 대신 쉽게 유명해기 위한 방편도 존재 한다. 또다른 삶. 또다른 자아. 어느덧 이 두번째 자아는 현실의 '나'보다 중요하다.
포비아는 공포라는 뜻이다. 영화 <소셜포비아>는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의 공포를 담아냈다.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한개의 댓글이 영화의 시작이다. 예전 일베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비하했던 것 처럼 비도덕적인 댓글 한개가 네티즌의 분노를 사고 네티즌 추적대는 온라인 공격을 넘어서 '현피'를 추진한다. 똘끼 충만한 BJ 양게(류준열)을 중심으로 뭉친 네티즌들이 댓글의 당사자 '레나'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발견한건 목매단 그녀의 시체. 자살임이 명확하기에 훈방되었지만 사이버 상에서는 이들에 대한 제2의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경찰을 준비하던 두 친구 '용민'(변요한)과 '지웅'(이주승)도 여기에 포함된다. 경찰이 될 수 없을까 겁이 난 둘은 이 사건을 타살로 단정하고 다른 네티즌들과 함께 진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라면 이 사건 너머에 어떠한 진실이 있고 추적자들은 정의감 또는 동정심,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호기심으로 무장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쫒는 이들은 그저 게임을 즐기는 듯 보인다. 자살한 '레나'의 집에서 낄낄대고, 추적 모습을 생방송하고, 그녀의 죽음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생각도 없는 모습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 섬뜩하다. 죄책감은 커녕 동네 개가 죽은 것보다도 반응하지 않는 모습에선 그 어떤 인간적인 면모도 보이지 않는다. 타인에 대해 전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 사이코패스와 다른게 무얼까. 게다가 사회 대다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무섭다.
추적을 거듭할 수록 제2, 제3의 피해자가 속출한다. 누군가는 악플을 달았으며 누군가는 공격을 받았다. 한사람만 일방적으로 당한 것도 아니고 서로 물리고 물리는 난장판, 아수라장이 소셜네트워크 안에 펼쳐져 있다. '레나'에게 공격을 받았던 인물들을 용의선상에 놓고 추적하던 끝에 '용민'이 과거 '레나'의 공격으로 온라인에서 퇴출당했던 '도다리'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화살은 이제 도더리로 향한다.
충격적인 결말이다.
'레나'의 자살은 타살이었다. 직접적으로 죽인 건 아니지만 실제로 현피를 오는 양게 일행을 보고 자살을 결심한 것. 악플에 의한 살인이다. 어떤 이는 이 결말이 어정쩡하다, 너무 단조롭다 하는데 나는 그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사건의 진실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를 바꿔가며 낄낄대고 공격하는 모습은 <호스트>에서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는 이들보다 더 인간적이어서 무서웠다. 그리고 그들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유일하게 현실로 돌아온 이가 '용민'뿐이어서 공포스러웠다.
온라인상에서의 인신공격, 욕설, 악플 등이 사회적인 문제다. 내가 재미삼아 남긴 글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무서운지... 심지어 온라인 상의 가상인격이 현실을 지배하기도 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씁쓸하고 인간적이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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