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앤트맨]가벼운 코미디와 마블의 현란한 액션의 균형잡힌 조화

슬슬살살 2016. 6. 22. 21:53

오래 된 영화 중에 <애들이 줄었어요>라는 가족 코미디가 있다. 기괴한 발명가가 물체를 줄일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고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몸이 줄어 들면서 겪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인데 일상의 풍경을 비틀어 보는 재미가 여간했다. 이렇게 '작아진다'라는 개념을 히어로에 적용하면 <앤트맨>처럼 독특한 영화가 탄생하는 법. 강력한 힘으로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일반적인 히어로물이 시야를 비트는 것 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되었다.

 

무슨 말이냐면, 강력한 적, 정의를 위한 사명감 따위 없이 히어로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관객에게 독특한 시선을 제공했단 말이다.작아진 몸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가 독특한 액션의 형식을 제시한다. 마블 히어로물 치고는 상당히 적은 제작비(1억8천만달러)가 오히려 색다른 연출, 색다른 방식을 연구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게 가족 코미디 형태를 차용한 인간적인 히어로, 앤트맨이다.

 

나름 정의로운 구석이 있는 좀도둑 스캇(폴 러드)에게 1대 앤트맨인 핌(마이클 더글라스)가 접근한다. 목적은 작아지는 입자 '핌'의 발견을 군용으로 만들고자 하는 후배 '코리'로부터 '핌'을 회수하는 것. 이미 늙어 버린 핌의 뒤를 이을 2대 앤트맨으로 '스캇'이 선택되고 스캇은 딸이 원하는 히어로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한다. 앤트맨은 단순히 몸만 작아지는 게 아니다. 개미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 갖가지 액션들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어떤 히어로보다도 독특한 느낌이 강하다.

 

적으로부터 위험한 물질을 회수하는 심플한 미션은 그동안 복잡한 마블 유니버스에 괴로움을 느끼던 이들에게 꽤 괜찮은 스토리로 다가온다. 쉽게 읽히는 어벤져스 유닛 스토리라는 건 영화로서는 상당한 강점. 또한 거대한 세계관에서 수많은 공간을 오가는 대신 선택한 작은 세계로의 여행도 괜찮은 선택이다. 독립된 히어로물로서의 역할도 훌륭하지만 중간 중간에 설정된 어벤져스와의 가벼운 연결고리들은 관객들이 마블 세계 속에 있음을 지속적으로 리마인드 해준다. 자칫 구태의연하게 읽힐 수도 있겠지만 가벼운 느낌의 앤트맨 캐릭터를 훌륭하게 만든 첫 단추다. 헐크가 빠진 어벤져스 개그담당 후보는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다. 적어도 이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까지의 결과로는 앤트맨의 승리로 보인다. 게다가 유쾌한 성격과 꽤나 강인한 능력치 역시 차세대 어벤져스로 전혀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