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이 컬트로 제작 되면 이런 느낌일까. 기괴한 B급 정서 위에 쌓아올린 19금 히어로라니. 불사조일 뿐 아니라, 관객과 대화를 하기도 하는 걸 보면 마약에 잔뜩 취해 있는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라니. 게다가 끝까지 변하지도 않는다. 히로인 역시 비교적 괜찮을 뿐 일반적인 아름다운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예쁘지 않다는게 아니지만, 펑키한 매춘부라는 직업은 결코 일반적인 영화의 주인공일 수 없다. 그것이 히어로물이라면 더욱.
'데드풀'은 전직 특수요원으로 실력 만큼이나 입담 거칠기로 유명하다. 에미넴 빰칠 만 한 빠른 욕설을 입에 담고 사는데 번역 수준이 너무 좋아서 귀에 착착 감긴다. 데드풀이 가장 강력한 점은 절대 죽지 않는 다는 것. 손톱 만큼의 세포만 있어도 시간이 걸릴 뿐 충분히 살아 난다. 그러다 보니 19금인 이 영화에서의 액션은 킬빌을 뛰어넘는 잔인함을 보인다. 손목에 수갑을 찼을 때 손목 째로 자르고 탈출하는 장면은 압권.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으며 자기 손목을 서걱 서걱 잘라내는 모습이 얼마나 컬트적이었는지. 엑스맨의 세계가 아니라 '킥 애스'의 어느 세계 같다. 변태적인 섹스를 즐기는 주인공 커플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히어로물의 전형성 그 자체를 전복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특수부대 출신의 '웨이드 윌슨'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죽음에 대한 무서움, 사랑하는이에게 주게 될 상처로부터 도망쳐 비밀 실험에 참여한다. 암도 극복하고 불사조가 되어 버렸지만 외모가 흉측하게 변해 버린다. 그 때문에 애인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웨이드는 스스로 데드풀이라는 히어로가 되어 자신을 실험한 자들에게 복수를 한다.
자신의 복수 이상을 넘지 않는 히어로라는게 그동안의 마블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오롯이 복수만을 하는 히어로에 부여된 정당성이 19금의 경계선을 넘으면서 컬트 영화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데드풀이 대단한 건 최초의 19금 마블 시리즈 답게 잔인한 요소들을 마블스러운 액션 카메라에 담아 내었다. 1분마다 벌어지는 액션, 그리고 그 사이를 빼곡하게 메꾸고 있는 데드풀의 찰진 욕설이 영화를 숨가쁘게 한다. 언제 끝났는지 알기도 어려울 정도로 몰입도가 강한 영화다. 앤트맨이 차세대 어벤져스를 이끈다면, 데드풀이 엑스맨의 제2 전성기를 만들어 낼 듯 하다.
'영화 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 보러와요] 작은 쉼표 하나의 차이 (0) | 2016.07.18 |
---|---|
[오피스] 일상의 공포를 현실로 꺼내려는 의도는 좋았다만 (0) | 2016.07.13 |
[나우유씨미: 마술사기단] 한편의 마술 공연의 완성 (0) | 2016.07.03 |
[앤트맨]가벼운 코미디와 마블의 현란한 액션의 균형잡힌 조화 (0) | 2016.06.22 |
[소셜포비아] 소셜 네트워크 안에 갇힌 청춘 보고서(스포) (0) | 2016.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