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한국은 전쟁중이다. 세대별, 빈부별 갈등이 도를 넘어서 혐오에 이른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이제는 남녀. 성별간에도 혐오가 있다. 메갈리아, 워마드로 대표 되는 남혐사이트. 김여사, 김치녀로 폄하되는 여성들. 상호간의 혐오는 이제 논리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기까지 한다. 분노에 기반한 논리적 비약, 서로간에 이해 없는 멸시와 무시가 실제 보지도 않은 여성을 욕하고 억지 논리로 남성을 조롱하는 두 성 간의 간극이 언제쯤 좁혀 질까.
이 모든 논란에는 몇가지 합의가 어려운 명제들이 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다른것을 어디까지 인정하는것이 합리적인 것인가. 한국 남자의 병역 문제가 존중 받을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여성의 출산이 존중받아야 하는가. 이 두가지가 상호 대칭으로 피해 규모를 상쇄할 수 있는가 등등. 남녀 모두 서로가 다른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다름을 '평등', '공평'과 연결짓는 노력이 부족하다. 무엇이 공평한가. 또, 꼭 공평해야 하는가.
그 전에 남녀의 다름은 예전부터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름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된건 불과 몇십년 안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이 책과 함께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통용되는 용어, '화성남, 금성녀'. 그 말의 어원이 바로 이 책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사실 내용상으로는 평이하다 못해 고리타분한 축에 속한다. 남녀의 언어가 어떻게 다르다는 둥, 여자는 감정을 공유하려 하고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는 둥, 현대인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 뿐이다. 물론 그 모든 내용들의 시작이 바로 이 책이다. 원작, 시초라는 점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화내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요령 따위에 절반을 할애하는 우스운 책을 지금 읽을 필요는 없다. 그저 그런 책도 있었다는 정도만 기억해도 훌륭하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계속해 왔다. 궂이 이 책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서로를 지구에 도착한 다른 행성의 종족이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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