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루돌프와 많이있어] 글 읽는 고양이

슬슬살살 2017. 1. 29. 21:01

귀여운 고양이들이 잔뜩 나오는 유아용 애니. 어른들이 보기에는 많이 유치하다. 미국쪽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오산. 내용은 우연찮게 집을 나온 애완 고양이 '루돌프'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친구 '많이 있어'를 만나고 갖은 고생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집나간 동물이 고생하며 집으로 돌아온다는 스토리가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루돌프와 많이있어>는 단 하나의 특별한 요소만으로 모든 진부함을 떨쳐버린다.

 

글 읽는 고양이. 얘네들이 글을 읽는다. 의인화의 개념이 아니라 원래 글을 못읽는 고양이가 일본어를 읽고 쓰기까지 한다는 거다. 루돌프가 대장 고양이 '많이있어'(이 이름은 이름이 무어냐는 질문에 많이 있다고 대답해서 지어졌다. 고양이의 이름은 부르는 '사람'이 지어주는 법. 주인이 없어진 '많이있어'는 여러 사람들이 부르는 걸 그대로 이름으로 쓴다. 야옹이, 덩치, 대장 등등)를 만나고 생존 방법을 배우는데 그중 하나가 글을 읽는 법이다. 황당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생각하는 고양이들이 아닌가. 루돌프가 글을 배우는 장면부터는 분위기가 급 바뀌어서 EBS 교육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글을 읽기난 하는게 아니라 왜 글 읽는 것이 중요한 건지에 대한 설명이 무려 10분간 이어진다. 교육적이긴 하지만 뭔가 결이 안맞는 장면.

 

새로운 동네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각종 사건들을 겪으며 정이 드는 루돌프와 많이있어. 둘은 서로에게 진한 우정을 가지지만 헤어짐은 다가오는 법. 루돌프는 그동안 배운 글을 통해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훌쩍 커버린 '루돌프'를 반긴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운 또 하나의 루돌프. 쓸쓸히 돌아서지만 이제 루돌프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

 

 

 

전체적으로 복실복실한 털을 가진 고양이의 모습이 예쁘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는 긴장감이 약하다. 화면 역시 예쁘기는 하지만 단조로운 편. 특히 고양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장면의 연출들이 정적이고 지루하다. 그냥 아이와 함께 멍때리고 보면 딱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