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모험소설의 등장인물들이 함께 힘을 합친 모험영화 <젠틀맨 리그>가 개봉했었다. 톰소여, 흡혈귀 메리, 도리슨 백작, 네모선장까지 익숙한 인물들이었는데 오히려 숀 코넬리가 연기한 리더, 앨런 쿼터메인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영미권에서는 홍길동 만큼이나 대표적인 모험가다.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시초이자 최초의 학자형 모험가이다. 후에 인디애나 존스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고판 한권과 완역본 한 편이 나와 있을 뿐, 번역된 숫자도 적어서 구하기 힘든 책 중 하나. 나도 어린이용 문고판을 하나 구했을 뿐이다. 작가인 헨리 라이더 해거드는 이 작품 외에도 상당히 많은 작품을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상하게 인기가 없어서 '동굴의 여왕(원제: She)'과 이 책만 번역되어 있는 상태다.
앨런 쿼터메인은 우연히 만난 동료, 헨리와 존 굿과 함께 헨리의 동생 조지를 찾아 아프리카로 향한다. 조지는 아프리카에 숨겨져 있다는 솔로몬 왕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단서를 구해 보물을 찾는 여정을 떠났으나 연락이 끊어져 버린 상황이다. 앨런 일행이 조지를 구하기 위해 솔로몬 왕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너무나 많이 사용되어 이제는 전형적이라고 할 정도의 스토리다.
나, 호세 다 실베스트라는 1560년 어느 동굴에서 배고픔으로 죽어 가는 와중에 이 글을 쓴다. 내가 '시바의 젖가슴'이라 이름 붙인 두 개의 산봉우리 중 남쪽에 있는 산꼭대기의 북쪽 비탈 위에 있는 동굴 속에서 내 뼛조각을 펜으로 삼고 내 피를 잉크로 하여 글을 쓰고 있다. 만일 나의 하인이 이 글을 발견하게 되면 이것을 델라고아로 가지고 갈 것이다. 그러면 나의 친구로 하여금 이 사실을 국왕에게 알려서 군대를 보내도록 하시오. 국왕이 사막과 산맥들을 넘고 무적의 쿠쿠아나족과 그들의 악마적인 술수를 이겨낼 수만 있다면, 국왕은 솔로몬 왕 이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하얀 죽음'이라 불리는 산의 보물 창고 안에 쌓여 있는 다이아몬드를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하지만 마녀 가굴의 배신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가져오지 못하고 겨우 목숨만 건지게 된 것이다. 그럴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지고를 따라 시바의 왼쪽 가슴의 눈 덮인 봉우리를 올라가라. 그 정상에서 북쪽 방향으로 솔로몬 왕이 닦아 놓은 커다란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 곳에서 사흘을 걸어 가면 왕궁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이 곳에 가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녀 가굴을 죽이는 것이다.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 호세 다 실베스트라
당시만 하더라도 아프리카는 위험한 보물이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수많은 자원이 있지만 원주민과 비과학적인 문명은 충분히 위협적이었고 과학적 인프라가 없는 자연환경은 문명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으로 그려낼 가치가 있는 캔버스인 셈이다. 특히 고대의 보물이라는 존재와 '솔로몬 왕'이 주는 신비로움은 심장을 뛰게 만든다. 마녀와 식인종과의 대결에 두근 거리는 건 유치하기만 한 남자의 특성이지.
앨런 일행은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디며 오아시스를 건너고 원시부족간의 전쟁에 휘말리며 함께 간 하인 움보파가 그 부족의 왕이 되는 일까지 경험한다. 현대의 관점에서 박진감 넘친다거나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미지의 공간인 아프리카에서의 모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식인종과 마녀, 미라, 고대의 문명 같은 키워드들이 소설을 관통하고 이 점은 후속작 '동굴의 여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소재에 열광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왜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이 지금까지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밤에 인디애나 존스 OST를 틀어 놓고 읽고 있으니 다시 고등학생이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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