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김포에 낚시 체험 테마파크가 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깔끔한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입장료도 저렴하고 공간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 주말 나들이에 제격인 곳이다. 낚시라는 테마도 특이하고. 중구 난방으로 돌아다니는 형태가 아니라 서너가지의 핵심 체험을 순서대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별히 준비하고 가지 않아도 이런 저런 체험을 코스로 즐긴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정해진 시간이 되면 체험에 참여할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아직 날이 풀리기 전이라 참여하는 인원은 10여명 내외. 성수기때는 좀 복작복작 하겠다. 나무 울타리로 되어 있는 미로는 아이들의 키를 감안하면 광활한 메이지 월드. 탈출 불가능한 미궁이다. 이곳 구석구석에 숨겨진 메기 스탬프를 찍고 중앙에 있는 종을 울리고 탈출하는 것이 미션이다.
나이별로 미션의 개수가 다르다. 채은이는 가장 적은 3개, 나이에 따라 찍어와야 할 도장 숫자도 늘어난다. 도장을 다 찍고, 종을 친 후에 입구로 돌아가면 철저한(?) 검사와 함께 탈출할 수 있다. 개수가 미달하거나 너무 빨리 오면 이런 저런 핑계로 돌려 보낸다. 적정한 시간 동안 헤메게 하는게 이 미로의 궁극적인 목표다. 입구에는 아이들에게 길을 알려주려 소리 지르지 말아 주세요 라고 되어 있지만 극성스러운 엄마들은 전망대에 올라서 목청껏 외친다. 어차피 그런다고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간식과 먹거리도 잘 되어 있다. 미로를 통과하면 가래떡 꼬치를 한 개 주는데 팔기도 한다. 그 외에 노가리 꼬치도 있다. 중앙 공원에 피워져 있는 연탄불 어디에서나 구워서 먹으면 되는데 이게 간식거리로 꽤 괜찮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들을 파는 작은 매점이 있는데 적당한 가격이다. 이런 부류의 테마파크가 스위스 수준의 물가를 보여주는 걸 생각하면 공공기관 수준이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 낚시 시간이다. 낚시에 앞서 연습을 해보자. 자석으로 장난감 물고기를 잡아본다. 한 손에 떡을 꼭 쥐고.
물고기는 한명단 세마리까지 집에 가져 갈 수 있다. 바구니에 뜰채로 잔뜩 잡은 후에 건강한 세마리를 고르면 된다. 생각보다 빨라서 초반에 잡히는 건 힘이 다 빠진 금붕어들 뿐이다. 집에 가져갔을 때 죽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요령이 조금씩 생기면서 팔팔한 것들도 하나 둘씩 낚을 수 있는데 이것도 낚시라고 나름의 포인트가 있다. 유속이 빨라지는 곳에서 역주행하는 물고기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물론 그런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시간 제한은 없다. 그냥 잡힐 때까지 잡으면 된다. 한참을 잡고있다가 보물찾기를 할 시간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 버벅대던 채은이도 어느덧 10여마리를 잡았고.. 보물찾기를 하고 오니 엄마가 가득 잡아 놓았다.
고르고 골라 세마리를 걸러 냈다. 얘네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가져와 아파트 연못에 넣어 주었다. 가끔씩 들여다 보면 두마리 정도의 작은 물고기가 있는데 기분이 묘하다. 떼쓰지 않고 놓아준 채은이도 착하다.
보물찾기는 피싱파크 전체를 뒤지는 미션이다. 지도에 보물 위치가 숨겨져 있고 그곳에 가면 퀴즈가 있다. 퀴즈들을 모두 맞춰서 가로세로 퍼즐을 완성하는 방식. 역시 작은 선물을 준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지도를 보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아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생각보다 어른한테도 재미있다.
보물로 받은 건 바로 물고기 먹이. 구석에 있는 잉어떼에 먹이를 줄 수 있다. 이 안에 철갑상어도 살고 있으니 잘 살펴보자. 심지어 철갑상어의 그림을 그려오라는 미션이 또 주어진다. 모든 프로그램이 조금씩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획이 탁월하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옆에 연계되어 있는 고깃집이 있다. 좀 느리긴 하지만 친절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다. 맛도 보통 이상은 되는 갈비 맛집. 여기까지 돌아보고 나오면 하루를 뿌듯하게 보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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