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보니 영종도에 있는 네스트 호텔 숙박권이 생겨 버렸다. 주변에 있는거라곤 횟집뿐인 황량한 곳에 세워졌지만 공항 이용객들이 많아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
건축 디자인이 꽤나 독특하다. 요즘 유행한다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디자인. 호텔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파격적이다. 방에서는 바다가 조금 보이지만 아름답다고 하기엔 미진하다. 주변에 이렇다 할 관광지가 없어서인지 전체적으로 '쉼'이라는 컨셉에 충실하다. 예를 들면 방에 최고급 스피커를 두어서 음악 감상을 한다던지...
호텔 로비에 있는 용설란. 백년에 한번 핀다는 꽃이 마침 피어있다. 손님의 행복을 비는 호텔측의 작은 배려다. 디자인도 좋고 그냥 머무는 것만으로 충분히 떠나왔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거기까지...
할게 없다.
주변에 있는거라고는 횟집과 낚시터, 그리고 놀이터 한개가 전부다. 천천히 산책을 오롯이 즐기기엔 바람이 차갑다. 결국 30분만에 어설픈 산책을 마무리해야 했다. 도심보다 빨리 다가온 저녁시간, 인근 이마트에서 간단하게 맥주와 과자를 사들고와서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나는 잠들고, 와이프는 운동과 사우나를 즐기러 간다.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아침 조식. 유난히 호텔 조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라 눈뜨자마자 라운지로 내려갔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어느 좌석에서든 일몰을 볼 수 있는 구조의 특이한 식당이다. 갓 구운 빵, 신선한 연어, 계란, 베이컨, 과일, 우유. 화려하지 않아도 뭔가 여유있게 느껴져서 호텔에서의 조식을 좋아한다. 특히나 이렇게 하얀색으로 빛나는 식당이라면 더더욱 기분좋은 아침이겠지.
평소에는 거르기 일쑤인 아침식사, 콘도나 팬션에서는 컵라면 해먹고 치우기 바쁘기에 호텔의 아침식사는 특별한 여유를 느끼게 한다. 기분좋은 하루가 시작이구나. 좋아하는 수박을 마음껏 먹은 채은이도 좋은하루.
아침식사 후에는 사우나를 즐긴다. 작은 노천탕까지 딸려있는 사우나는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 넘나 좋은것.
체크아웃을 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다시 한번 짧은 산책을 즐긴다.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은 여름에는 발정도 담글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모래를 본 채은이가 놀고 싶어 한다. 어제 오늘, 우리 부부에게는 여유있는 주말이었겠지만 다섯살배기 아이한테는 따분하기 그지 없는 주말이었을 듯... 모래놀이를 허락하니 좋다고 모래를 옮겨가며 된장찌게를 끓이기 시작한다. 쫑알 쫑알대면서 미역 대신 풀을 뜯어서 넣기도 하고...
놀러가서 잠자는데 쓰는 돈이 그렇게 아깝더니.. 점점 좋은 곳에서 자는게 여행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잠만 자더라도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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