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괴짜 과학자의 일상이 선사하는 평범한 감동

슬슬살살 2017. 7. 23. 14:34

리처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2차 대전때에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 원자폭탄을 만들어냈고 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잘생긴데다 유머러스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폴리테이너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보통 이런 교수들이 펴내는 책들은 대중을 위한 과학교양 서적이 일반적인데 <농담도 잘 하시네>는 일화적인 이야기들이 대다수로, 파인만의 인간적인 면들을 부각하는 책이다. 라이트한 위인전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독창적이고 유쾌하다. 금고를 여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핵 물리학자들의 금고를 열어재낀다던지, 브라질 공교육에 대한 실망 이야기. 일본 방문시에 겪었던 유쾌한 사건들이 파인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시험에 통과하고, 이 모든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암기한 것만 빼고. 공과대학의 입학시험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구술 시험이었는데, 나는 참관만 했다. 학생 하나가 아주 뛰어났다. 그는 모든 것을 채지있게 답했다. 출제자들이 상자성에 관해 물었는데, 그는 완벽하게 답했다. - 그는 시험에서 빛이 평행하게 이동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이 한 쪽으로 더 많이 갈 것이다. 그러나 각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는 이동이 얼마나 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유리가 굴절률이 있는 물질이라는 것은 몰랐고, 그는 필요한 지식을 알면서도 내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파인만이 우스갯소리로 전한 브라질 교육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것과 다르지 않아 쓴 웃음이 난다. 그들은 우수하고 교과서를 모두 외우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풀지 못한다. 그 결과가 현재 브라질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창의교육'이라는 컨셉이 유행하고는 있지만 입시경쟁에서 승리하는 이들은 교과서를 외운 이들이다.


나는 평생동안 권위를 조롱하며 살아왔고,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서 어떤 긴장을 가지고 스웨덴 국왕을 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도 이것이 유치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렇게 자랐고, 그것이 문제였다.


스웨덴 국왕을 만나는 에피소드는 더 재밌다. 노벨상을 받을 땐데 국왕을 알현하고는 뒷걸음질쳐서 나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깡총깡총 뛰어서 나오겠다'라고 다짐하는 파인만의 모습은 괴짜 과학자 그 자체다. 수많은 여자와의 에피소드, 드러머로 활약하는 모습, 장난기 가득한 강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의 모습이 아니라 개구진 동료의 모습이다.

두 권에 걸친 '리차드 파인만'의 에피소드들이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거나 교양을 쌓아주지는 않는다. 그저 한 괴짜 과학자의 모습을 훔쳐볼 따름이지만 그런 인물의 평범한 모습이 주는 감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