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개의 중단편이 엮여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바는 하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삶 말고, 다른 존재 이유에 대한 인식.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의 전문가지만, 작은 계기 하나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어릴 적 지도 그리기를 좋아했던 소년이나, 라디오를 만드는 디자이너, 타자기를 수집하는 작가 등,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평범하다. 이들에게 비범함을 불어 넣는 소품을 활용하는게 김중혁스타일인 듯.
표제작인 '펭귄뉴스'는 조금더 전복적이다. 다른 다섯 개의 단편이 작은 에피소드 속에서 변화를 '발견'하는데 그치고 있다면 '펭귄뉴스'는 SF적인 배경을 통해서 보다 복잡한 방식을 따른다. 무엇에서인지 '비트'가 금지된 세상 속에서 '비트'를 얻고 유지하기 위한 레지스탕스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장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비트 역시 포기해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 치욕적인 일이죠.
'펭귄뉴스'는 레지스탕스들의 선전물이다. 김중혁 작가는 이 작품의 제목을 표제로 쓰면서 이 책 전체를 반항하는 목소리로 만들고자 했다. 어쩌면 '멍청한 유비쿼터스'에서처럼 '내부자들의 자기검사'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도를 찾는게 아니라 멈추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자침은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대체 자침을 붙드는 이 힘은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끌고 가는 것일까? 나는 계속 나침반을 돌려댔다. 자침이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까지는 멈추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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