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학부시절 마케팅 수업에서 활용했던 교재인데, 예뻐서 버리지 않고 두었었다. 아이템풀을 연상케 하는 표지와 1:1 비율의 독특한 사이즈가 매력적이다. 당시만 해도 가벼운 마케팅 서적이란게 많이 없을 때라 나름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포지셔닝에서 이미 승부는 결정난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핵심은, 마케팅 전략은 내가 무엇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이다. 수많은 마케팅 전략이 있지만 고객의 마음석에 어떠한 분야로 자리 잡는 것, 그게 핵심이다.
가령 펩시는 왜 코카콜라를 따라잡지 못하는가. 정말 오리지날이 가지고 있는 맛이란게 존재 하는 것인가. 타이레놀은? 아스피린은? 그 제품이 무엇이든 간에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그건 완전히 실패한 전략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은 논란의 여지 없이 삼성이다. 그렇지만 삼성이 착한 기업은 아니다. 오히려 착한 기업의 포지션은 오뚜기가 가지고 있다. 만약 삼성이 라면 시장에 뛰어 든다면? 만일 잭 트라우트라면 사업을 포기하라고 할 것이다. 우선은 명실상부 일등인 농심과 경쟁해야 하고, 건강 포지션에서는 풀무원과 싸워야 한다. 아무리 자본력이 높아도 삼성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삼성이 아니라 구글, 애플이 와도 실패한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 그것이 포지셔닝의 핵심이다.
다양한 사례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읽는 내내 재밌다. 익숙하지 않은 미국기업들이라는게 아쉽기는 한데 읽으면서 비슷한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장 카톡을 보자. 카톡은 최초의 메신저는 아니지만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로 자리하면서 왕좌에 올랐다. 그 이전까지 메신저의 강자는 네이트온이었고 그들도 모바일 버전이 있었는데 말이지. 심지어 네이트온은 MSN이라는 글로벌 강자를 무찌른 전력이 있었음에도. 이 독특한 사례에는 몇가지 포지셔닝이 담겨 있다. 네이트온은 귀여운 아이콘을 가지고 메신저 시장에서 MSN과 경쟁했다. 싸이월드라는 부대서비스를 바탕으로 메신저=네이트온이라는 포지션을 우선 정복하면서 '최초'의 이미지를 선점했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카톡과 대결구도가 펼쳐졌지만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 네이트온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모바일에서도 적용하면서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 것.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카카오톡과 SK의 대결은 카카오톡의 완승이었다. 포지셔닝 이론에 따르면 SK는 네이트온이라는 브랜드를 과감하게 버렸어야 했다.
이처럼 <포지셔닝>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묵직한 영감을 주는 책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전략을 생각할 때 머리속에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만 하다. 포지셔닝 전략은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 더 빛을 발한다. 고객의 마음에 어떤 이미지로 남길 원하는가를 생각하지 말고 어디가 비어 있는가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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