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유독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 쉬우면서도 심오해 보이면서 철학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 음모론에 가까운 신비주의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다. 한없이 유치할 수 있으면서도 - 때로는 실제로 유치하기도 하다 - 경계선을 교묘하게 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어서 읽어도 부담없는 동화 같은 느낌이다.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줄곧 주장했던 여러 아이디어들이 모인 단편 동화집이다.
엉뚱함.
작가라면 누구나 엉뚱하기는 하지만, 유독 베르나르를 이야기할 때 따라붙는 단어가 '엉뚱함'과 '기발함'이다. 일관된 세계관을 가지고 SF적인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 놓는데 그 하나 하느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발하고 엉뚱하다.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나무>는 If를 극단까지 끌어 올렸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하는 주제로 쓴 단편 들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리 밝히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저마다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별똥별 하나가 파리 뤽상부르 공원 한복판에 떨어진다면, 만일 인간이 투명한 살갖을 갖게 된다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극단적인 IOT 세상에서 탈출한 인간이 자신조차 사이보그임을 깨닫는 '내게 좋은 세상', 과거로 시간여행을 보내주는 여행사 이야기 '바캉스' 등 열 여덟편의 해학 넘치는 단편들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냄새나는 외계 물체를 지구에 던져 놓고 보석으로 가공시키는 '냄새'라는 작품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우주에서 인간의 작은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외계 생명차가 주는 무서움과 잔인함을 실감나게 표현한 수작이다. 늘 그렇지만, 베르나르의 작품은 멋진 여행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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