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더 킹] 컬트영화보다 더 엽기적인 정치검찰의 실태

슬슬살살 2018. 5. 7. 11:44

정우성의 어색한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특히나 비밀 살롱에서 조인성에 훈계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발연기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손발이 오그라든다. 후배인 조인성에게 무참하게 밀리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적어도 볼만한, TV에서 틀어주면 자꾸 보게 될 만했을텐데. 대한민국의 정치 흑역사를 관통하는 전체 흐름은 깔끔했고 특히나 절대권력인 검찰의 추악한 모습은 잘 그려졌다. 예전이라면 과장되었다 생각했겠지만 요 몇년간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검찰비리에 대한 모습은 결코 영화가 현실을 넘지 못한다는 소리가 허언이 아니다. 


조인성이 연기한 박태수는 양아치다. 건들거리던 학창시절에 우연히 공부에 눈이 뜨이는 경험과 동기는 그를 사법시험에 합격시키고 나름 영감님 소리를 들으며 출세의 길을 달렸을 수 있겠었지만 지역 유지가 연루된 성범죄 사건에서 중대한 선택을 한다. 정의에 눈감고 권력의 끈을 잡기로 한 것. 그 이후 승승장구 하게 되고 마침 지역 건달로 자리를 잡은 고등학교 동창 최두일(류준열)과 함께 하면서 더더욱 강력한 권력을 잡아 나간다. 그러나 세상사가 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5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그들과 같은 정치 검찰의 생사를 뒤흔든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을 거치면서 수장격인 한강식으로 버림받게 되고 밑바닥을 경험하지만 마지막 모든 권력의 치부를 세상에 고발하며 화려한 재기를 꿈꾼다. 



영화의 진정한 재미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검찰 조직의 변화다. 처음에는 절대 권력이지만 누가 정권을 잡는지에 따라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그들의 모습은 처연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하며 가증스럽기도 하다. 단순히 공부를 잘했을 뿐인 그들이 세상의 엘리트가 되어 지배자로 군림하려 하는 모습은 당초 검찰에게 주어진 힘을 넘어선다. 무속인에게 다음 대선 결과를 알아내려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수많은 액션신보다 강렬하게 와 닿는 이유는 그 장면이 주는 기묘한 위화감과 병신스러움이 너무나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두일과의 우정, 한상희(김아중)과의 관계, 가족들의 기대와 비리가 입체적인 최두식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총명함과 어리숙함을 동시에 가진 조인성의 눈빛이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보이는 B급 코믹요소 때문에 <내부자들> 라이트 버전처럼 보이게 했지만 영화의 메세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부자들>이 사회 권력층의 복합적인 비리, 특권의식, 민중 길들이기를 고발했다면 <더 킹>은 조금 더 희망적이다. 마지막 장면, 열린 결말을 던지면서 관객에게 결과를 묻는 조인성의 모습은 이 영화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