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위치, 다른 모습을 가진 이들이 서로 바뀌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설정은 <왕자와 거지> 이후로 수많은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체인지'를 다뤄왔는데 <체인지>가 개중 가장 고전이 아닐까 싶다. 예쁜 여배우가 괄괄한 남자처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던 시절이었다. 성별이 바뀐다는 살짝 에로틱한 설정과 로맨스를 버무려 꽤 인상깊은 작품이 됐었다. <아빠는 딸>은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 중년과 소녀의 갈등을 '몸 체인지'를 통해 뒤틀리게 바라본다.
만년 과장 아빠가 여고생 딸과 몸이 바뀐다. 정황상 한달이라는 리밋이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한 달을 보내는 게 목표가 된다. 그렇지만 세상이 그렇게 되나. 각각 회사와 학교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게 그리도 힘들다. 아빠는 딸의 '인간관계'를 받아들이기 함들다. 십대에 있을법한 짝사랑, 성적, 왕따가 성인이 되어서는 별게 아니게 느껴지지만 정작 다시 십대가 된 아빠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딸도 마찬가지. 그냥 나가서 월급받는 줄 알았던 아빠의 삶은 그 안에서는 전쟁터였던 것. 두 부녀는 서로의 역할을 통해 상대와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정소민의 연기도 좋지만 윤제문의 연기는 감탄이 나온다. 영화를 한참 보다보면 저게 진자 바뀌어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어색한 상황과 포즈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윤제문은 실제 여고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침한 표정이 그야말로 압권.
젊은 시절에는 대학가요제에 참가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건만 이제는 눈칫밥을 먹는 젊은 과장은 여고생이 되어 자신의 열정을 태운다. 공부와는 담 쌓고 화장, 음악, 선배 오빠에 빠져있던 딸은 나름 화장품 회사의 과장이 되어 화장품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20년 전의 영화 <체인지>와 다르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태어나는 이야기.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들의 연장. 말랑말랑 편안하기에 보기 좋은 영화다. 보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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