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그동안 애써 구해 왔더니...

슬슬살살 2018. 7. 1. 09:53

스포 있음


우와!로 끝나리라 기대했지만 어?로 끝나는 영화. 어떤 의미로든지 엔딩 후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힘든 영화.


스크린에서 내려간지도 좀 지났으니 어느 정도의 스포는 용서되리라. 아이언맨을 비롯해 마블의 위대함은 뼛속 깊이 새기고 있었지만 요 몇년간은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었다. 블랙팬서도 아쉬웠고 토르는 길을 잃었다. 오히려 데드풀과 앤트맨이 강렬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끝내줬다. 식상해진 올드 멤버들이 새 멤버들에게 자리를 내주는가 싶더니 이번 작품으로 강력한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드래곤볼을 다 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어벤져스 세계관에서 드래곤볼은 인피니티 스톤이라는 6개의 보석이다. 이걸 다 모으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정확하게는 전 우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듯 하고 이걸 모으는 타노스의 목표가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거다. 그럼 타노스는 왜 생명체를 줄이려 한는 걸까.


이번 시리즈의 빌런인 타노스는 그야말로 역대급 악당이다. 근육질 냉혈한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능력이 있지는 않지만 그냥 강하다. 순수하게 강하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약점이 없다는 뜻이다. 그동안의 빌런들은 뭔가 능력이 있었고 그게 약점이 되는 걸 반복해왔다. 그런데 타노스는 그게 없다. 거기다가 그냥 악당이 아니라 강력한 신념을 가진 악당이다. 영화상으로 보면 아마도 타노스는 인구 증가로 인해 자원이 고갈된 별에서 자란것으로 추측된다. 식량과 에너지를 포함한 한정된 자원안에서 일정한 인구를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잔혹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 희생양이 되었고 그의 별은 파괴되었다. 아무튼 그의 신념은 '우주를 위해' 생명체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 시간이 없으니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한방에 생명체를 줄이려 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주인공은 타노스다. 영화를 보고 두 달이 지난 지금 다른 이들은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타노스의 존재감만은 확실하다. 친딸로 생각하는 가모라를 죽여 인피니티 스톤 한 개를 얻는 장면은 타노스를 한번에 '이유가 있는 악당'으로 격상시켰고 모든 어벤져스들과 부딪히는 라스트 장면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선악을 판정하기 어려운 악당이 있다면 오히려 인간적인 갈등을 빚고 있는 어벤져스 팀도 있다. 예전처럼 완벽한 협력이 아니라 부분 부분 유닛 단위로 뭉쳐서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항하는 모습은 흡사 게릴라전을 연상시킨다. 지상에서, 우주에서, 또 다른 별에서 각각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한 수많은 전투가 일어난다. 뉴욕정도 레벨이 아니라 전 우주에 걸친 대규모 공방전. 아스가르드와 노바, 지구가 모조리 타노스 하나와 전쟁을 일으킨다. 


비전이 사망할 때 까지만 해도 다시 살아나거나 작은 희생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다. 어벤져스는 새로 세팅 될 것이다. 다행히 마지막 캡틴 마블을 호출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너무 많은 희생을 가져왔다. 절반이라니...영화사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를 구하지 못한 히어로물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여러모로 역사를 만들어낸 영화다. 그리고 뉴욕 전투에서 우주에 다녀온 스타크가 본 게 이 장면이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