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복되는 역사 속의 두 청춘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이제는 대학 야구부에서 일하는 호창(임창정)이 선동렬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가 첫사랑 세영(엄지원)을 만난다. 세영과 헤어지게 된 이유도 모른채 버림받았던 기억만 가지고 있는 호창인지라 둘 사이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녀가 왜 떠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고 본격적으로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타 대학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선동렬은 광주에 있었고 더위가 시작되는 때였으며 마지막으로 80년이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첫사랑과의 재회와 과거의 향수를 다루기만 했다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거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두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이 큰 역사의 줄기와 엮여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캠퍼스 커플, 호창과 세영이 만나던 시기는 1973년, 어수선한 해다. 그 해에 베트남전이 끝났고 포항제철과 어린이 대공원이 오픈했다. 박정희의 유신에 대한 반대가 일어나고 있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이 있었다. 아무튼 하수선한 때에 나름의 연애를 즐기던 그들의 헤어짐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연세대는 시위하던 학생들을 야구부원을 동원해 강제해산했고 그 한복판에 둘이 있었던 것. 호창은 몰랐지만 세영이 그를 봤고 무서움을 느껴 돌연 이별을 하게 된거다. 그리고 다시 80년 광주에서 사회운동가와 스카우터로 만났으니 무척이나 극적이다.
#2. 일상과 사회 사이에서
세영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투쟁하고 살아간다. 호창은 일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가며 현실세계에 발을 디디고 있다. 세영은 민주주의를 원하며 호창은 선동렬을 원한다. 그 둘이 만나는 접점인 광주에는 그 두가지가 다 있다. 뜨겁게 달궈진 민주주의 투쟁이 있으며 선동렬이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광주에 개입하고 영화 종반까지도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호창은 그야말로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광주에 개입하지만 그조차도 개인의 사랑을 위한 거지 민주주의 같은 큰 뜻을 품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스카우트>는 평범한 소시민이 광주에서 겪는 일을 다루면서 당시의 비극을 미시적으로 그려낸다. 영화의 마지막, 다른이의 아내가 된 세영이 설겆이를 하면서 프로야구 개막을 지켜보는 모습은 그래서 더 아이러니하다.
#3. 선동렬=민주주의
이 영화에서 선동렬은 중요한 오브제가 된다. 당시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시대상과 오버랩된다. 심지어 프로야구라는게 전두환의 3S 우민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니 <스카우트>에는 숨겨진 메세지가 상당히 많다. 그냥 코메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 선동렬 스카우트에 성공한 호창이 서울로 올라가려 하지만 결국 세영을 혼자 두지 못하고 광주에 남으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래서 선동렬은 고려대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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