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충격이다. <아저씨>에서 환상적인 형제애를 보여 준 두 악당이 회 한접시에 소주를 걸치다가 한쪽이 총에 맞는다. 아우, 눈 봐. 하며 인상을 찌뿌리는 순박한 얼굴의 김희원이 일어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시작은 합격점을 넘어선다. 나름 얼굴이 알려진 조연급 배우를 영화 시작 1분만에 죽여버리는 것도 충격이고 그들이 전작에서 형제역할을 했다는 인식도 야릇하다.
초반부터 심상치 않고 끝으로 갈 수록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혼돈의 영화다. 이런 무간도류의 영화가 그간 수십편이 나온지라 이제는 식상할 때도 됐는데 또 재밌다. 이번에는 교도소로 잠입한 경찰의 이야기다. 교도소에서 의리를 나누던 두 남자가 밖으로 나와 범죄 사업을 같이하기까지.. 그들이 서로의 정체를 알아차릴 때까지.. 경찰에게 배신당한 임시완이 설경구에게 마음을 열 때까지.. 임시완에게 마음을 열었던 악인 설경구의 모습까지.. 한 장면 한 장면 빛나지 않는 장면이 없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겨우 100만으로 실패해 버렸을까. 그러면서 '불한당원'이라는 열혈 팬덤을 만들고 연말 시상식을 휩쓸었을까. 정말이지 미스테리한 영화다.
등장 배우들의 연기들은 빛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강철중을 벗어던진 설경구를 비롯해 태연한 악인, 김희원은 극 종반까지 진실을 가리는 역할을 기가 막히게 소화한다. 태연함 속에 숨어 있는 '악'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산채로 눈알을 뽑는 설경구에 비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경영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최고는 '임시완'의 재발견이다. 케이블 드라마로 반짝 연기력을 인정 받았지만 이제는 진짜 '배우'가 되었다고 할까. 아직까지 발음이 좀 부정확하기는 하지만 특유의 순박하고 착한 얼굴로 폭 넓은 연기 폭을 보여준다. 마동석, 이순재, 김희원처럼 외형적인 분장, 스타일을 유지한 채 연기만으로 배역을 만들어 나가는 배우가 있는데 임시완도 그쪽 길을 선택한 것 같다. <불한당>만 봐서는 성공한 전략이다.
끝날 때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교도소-암흑가를 이어지는 액션 신도 끝내준다. 장면장면에 문어있는 잔혹함은 영화를 짭짤하게 만드는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한다. 그야말로 본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영화. 그러니 불한당원 같은 것들도 만들어 지는 거겠지.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른다. 아, 참. 임시완은 남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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