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피터래빗]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끼, 스크린으로 옮겨지다

슬슬살살 2018. 8. 5. 16:01

#1. 세계에서 가장 오랜 캐릭터, 영화에 담기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기 1년 전, 탐관오리 조병갑이 익산의 군수로 취임하던 그 해 지구 반바퀴 건너편의 영국에서는 어느 작가가 어린 소년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병든 소년을 위로하기 위한 이 편지에 토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그 토끼들의 이야기는 플롭시, 몹시, 커튼테일, 마지막으로 피터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선스 캐릭터 피터래빗은 이렇게 탄생했다. 구비전승으로 별주부전을 이어 내리고 있을 때 영국에서는 캐릭터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있었던 거다. 피터래빗은 이후에 그림 동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이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지만 영화로 만들어 진건 무려 100년 하고도 20여년이 더 흐른 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에는 파스텔 톤의 원작이 너무 정적이어서가 아닐런지. CG가 실제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야 피터래빗은 스크린으로 옮겨진다.




#2. 예쁜 그림으로 동심파괴
실사의 토끼가 활약하는 모습이 예뻐보여 아이와 함게 예매를 했지만 의외로 영화 <피터래빗>은 컬트적이고 잔인했다.

피터들의 아버지는 맥그리거 농장에 들어갔다가 잡아먹혔으며 피터의 복수 또한 장난이라 하기엔 잔인함의 경계선을 넘는다. 어린 시절 스머프로 국을 끓이던 가가멜을 보는 듯 한 불편함이 있다. 그렇지만 이 내용은 원작에 지독하게 충실한 결과다. 귀엽게 생긴 외형과 달리 피터 래빗은 맥그리거의 농장을 복수 하듯이 습격하다 결국에는 죽이기까지 한다. 사실 맥그리거는 자기 농장에서 수확을 하고 싶어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 농장이 조카에게 넘어간 이후에도 마찬가지. 토끼들의 것이 아닌게 분명한 농장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질 않나, 지극히 도덕적인 사고를 가진 리틀 맥그리거를 정신 이상자로 조롱하는 모습도 나온다. 전체적으로 그림은 예쁘지만 건전한 방식의 사고는 아니라고 보인다. 예쁘고 귀엽다고 해서 정의는 아니다.


#3. 파스텔이 주는 위대한 안정감
그럼에도, 파스텔 톤의 영국의 시골이 주는 안정감은 너무나 아름답고 편안하다. 예쁜 하늘과 푸른 정원, 각양 각색의 야채들과 전원의 아름다움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스토리야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특별할 건 없지만 아름다운 화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된다. 아이에게 보여주기에는 조금 잔혹한 스토리기에 오히려 피곤한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성인용 힐링 영화로 보는게 낫다. <패딩턴>이 농장으로 배경을 옮겼다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