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탐정:더 비기닝] 애정이 생기는 탐정콤비

슬슬살살 2018. 8. 25. 10:34

#1. 추리장르 시리즈의 개척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는 많지만 '추리'라는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는 없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DAUM의 영화 사전에 따르면 스릴러란 '관객의 공포심리를 자극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영화 및 드라마'라고 되어 있고 미스터리, 범죄물 등도 여기에 포함한다고 하니, 추리물이 스릴러 장르 안에 들어가기는 하나보다. 그러나 아무래도 '추리'물을 대하는 가벼움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역대로 서스펜스를 표방한 스릴러 영화들은 하나같이 추리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공포나 미스터리로 포장했었고 추리물들은 무두 코미디의 껍데기를 씌웠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조선명탐정> 등등.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추리소설이 차지하는 위상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듯 하다. 그런 면에서, 본격 탐정물인 <탐정:더 비기닝>의 등장과 성공은 반갑다. 코미디를 뒤집어 씌우긴 했지만 과하지 않고, 더블 주연인 성동일의 개그 활용을 절제한다는 측면에서 추리에 집중하려는 영화이기는 하다. 부족한 면이 한 둘이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조선명탐정>과 함께 괜찮은 추리물 시리즈 하나가 탄생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2. 자막이 필요한 권상우의 발음
캐릭터는 우수하다. 우수한 능력을 가졌지만 승진하지 못하는 형사 노태수(성동일)와 뛰어난 추리력을 가졌지만 무릎때문에 경찰이 되지 못한 찌질이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 콤비는 꽤나 찰떡같은 모습이다. 물론 성동일이 거의 다 안고 간다고 봐야 한다. 권상우 역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고스란히 나온다. 바로 발음 부분인데 혀가 짧은 그의 발음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히나 추리물이라는 특징 때문에 빠르게 상황 정리하는 긴 대사가 많은 편인데 영화진행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가장 불편한 발음으로 전달되는 셈이다. 등장인물도 적지 않아서 권상우가 추리를 할 때면 어마어마하게 집중을 해야 한다. <셜록>에서 컴버비치의 빠른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한 사례를 보면 <탐정:더 비기닝>의 방식은 너무 후지다. 교환 살인이라는 복잡한 소재를 다루기에는 대사 처리에 한계가 보였다.



#3. 애정으로 보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재미있는 건 출연자에 대해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한 공처가인 것도 불편하고 특히나, 남편들을 대하는 그녀들의 태도는 너무 과장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하다. 그러나 그 말도 안되는 공처가 캐릭터가 주는 묘한 희열이 있다. 일종의 동정심과 동경심이 동시에 생기는 묘한 느낌을 받는데 이게 영화가 진행되면서 애정으로 발전한다. 옛날 투캅스와 비슷한 느낌인데 이게 속편 제작의 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남편들의 교환살인이라는 소재는 독특하지는 않았지만 공처가 탐정콤비를 등장시키는데는 좋은 소재였다. 아직, 속편은 보지 못했지만 조금만 더 묵직한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추리물을 준비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시리즈를 계속 만나볼 수도 있겠다. 그때까지 권상우는 혀 운동을 조금 더 많이 해야겠다. 자막팀을 늘리거나.

PS. 후반부에 무너지기는 하지만 성동일의 간지가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