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 출신의 언더 래퍼가 고향으로 돌아가 원수같은 아버지의 병상 옆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변산'이라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다. 아마 낙조가 유명한 변산의 이미지를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노을과 연결한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지역 명을 딴 영화들 다수가 어둡거나 공포스러운 느낌이 많았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조폭이나 공포물로 인식하게 됐다. 밀양, 곡성처럼.
별 기대 안하고 봤지만 역시나 기대 이하였다. 변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선미(김고은)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학수(박정민)을 고향으로 불러 내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향과 아버지를 싫어하는 학수가 고향에 와서 틱틱대다가 아버지와 화해도 하고, 김고은과도 이어지는 뭐 그런 영화다. 개그도 숨어 있고 박정민이 직접 작사했다는 랩도 넣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새로운 건 하나도 없었다. 음악은 조악했고 개그는 썰렁했다.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도 공감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그 연기 잘하는 김고은과 박정민 조차 이수지와 정상훈으로 보이게 할 지경이었으니....SNL이냐. 이 영화가 과연 <즐거운 인생>과 <라디오 스타>를 만들었던 이준익 감독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데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데도, 배우를 멋있게 만들게 하는데도 모조리 실패했으니 망한 영화로 분류하는게 맞다. 변산이 가난해서 노을밖에 보여줄 게 없다지만 영화 <변산>은 가난하지 않은데 보여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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