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은 불사의 몸을 가진 히어로다. 아마, 어벤져스 계열이었다면 인피니티 워 이후에도 살아있을 것이 거의 확실한 수준. 아무리 작은 소멸체로 남아 있어도 시간만 있다면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낸 뒤에는 이 능력이 저주가 되어서 돌아온다. 전작 이후 전 세계의 악당들을 청소하는 데드풀이지만 그만큼 적도 많다. 마피아들이 데드풀의 집을 습격했을 때 미처 막지 못한 총알 한개가 바네사의 몸을 꿰뚫고, 당연히 일반인인 바네사는 사망한다. 따라 죽지도 못하는 데드풀이 깊은 상실에 빠지지만 새로운 임무와 동료들이 생기면서 점차 극복해 나간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악당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먼저 완전한 악당으로 태어나기 전의 러셀은 아직 어린 소년일 뿐이고 악당이 되는 이유도 지금 겪고 있는 수많은 사건 덕분이다. 각성 전의 러셀을 죽이고 가족을 살리려는 케이블 역시 어찌 보면 보편 타당한 선택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히려 뮤턴트를 개같이 관리하는 국가정부, 러셀에게 폭력을 가하는 고아원 등 사회가 메인 빌런이다.
19금 마블시리즈 답게 온갖 군데서 잔인한 묘사들이 넘쳐난다. 저거노트에 의해 몸이 반으로 찢긴다던지, 급하게 결성된 엑스포스가 서로 죽어나가는 장면은 개중에서도 압권이다. 거의 데스티네이션 급인데 중간 중간 나오는 섹드립 또한 숨쉬기 어려울 지경으로 더럽고 유쾌하다. 부서진 하반신이 복구되는 기간동안의 장면은 게이물을 보는 것처럼 역겨운데 그러한 역겨움이 데드풀의 매력이기는 하다. 후반부로 접어들 수록 영화는 정상을 되찾아 간다. 나름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데드풀, 미래로 돌아갈 기회를 포기하고 데드풀을 구하는 케이블, 그리고 희생하는 엑스맨 멤버들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아.. 이게 히어로 영화였지라는 각성을 하게 한다.
더럽고 엽기적인 장면이 쉬지않고 나오지만 이게 데드풀이고, 이게 19금 마블이다. 잔인함과 더러운 개그가 차고 넘치지만 결코 눈을 뗄 수 없다. 똥꼬를 긁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과 비슷한 정서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데드풀은 가족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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