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어둠이 떠오른다] 원인이 없는 이야기의 한계

슬슬살살 2018. 11. 7. 20:43

역자는 '선과 악의 치열하고 장대한 싸움을 주인공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두려움, 놀라움, 망설임, 슬픔 등 심리적인 측면이 현대적인 책'이라고 소개했다. 동의할 수 없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여서가 아니라 그냥 지루하다. 상징과 비유가 많은 건 그렇다 쳐도 기본적인 스토리가 극도로 평면적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어둠이 열리고 열한번째 생일을 맞은 윌 스탠턴을 라이더가 쫒기 시작한다.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6개의 사인을 모으는 것. 꽤 두터운 이 소설은 사인을 찾고 라이더를 이겨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분위기는 그럴싸 하다. 하얀 눈에 뒤덮인 마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올드원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뭔가 뒤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을거야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그러나 거기까지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사인, 라이더, 워커, 올드원의 관계가 전혀 밝히지 않는다. 불친절도 유분수지 이정도면 아무 이야기를 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볼드모트가 해리포터를 싫어하는 이유를 마지막까지 밝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인의 탐색도 마찬가지다. 사인을 모으는데 그 흔한 퀴즈 하나 풀지 않는다. 그냥 갑자기 사인이 스탠턴의 눈에 띄고 그걸 줍는 식이다. 사인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그나마 세밀한 묘사가 겨우 분위기와 세계관을 만들어 낸다. 예쁘긴 하지만 실속 없는 세계관을 가지고 분위기로만 승부를 건 이상한 소설이다. 요즘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