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떽쥐베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이름에서 <어린왕자>를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테고, 상식이 좀 있다 싶은 사람은 '비행사'라는 그의 직업을 떠올릴 터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하기에는 그의 작품이나 삶에 대해 모르는게 너무 많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어린 왕자'를 포함한 생텍쥐베리의 모든 작품의 모음집이다. 동화적인 이야기만을 쓸 것 같지만 정작 생떽쥐베리는 깊은 관념적 사색에서 나오는 치열하고 남성스러운 문체를 가지고 있다.
나는 베르베르의 왕이다. 나는 사랑의 왕이며 제국이고 천형과도 같은 고독을 친구로 삼는 자이다.
특히 사막이라고 하는 장애물을 하나의 시련으로 보고 비행기로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가 많은데 고독한 사막은 그에게 많은 사색과 영감을 안겼다. 생떽쥐베리가 이 글들을 미국에서 출판할 때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가 얼마나 사막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찌는 듯한 태양 아래서는 밤을 향해 걸어가고, 얼음같이 찬 벌거숭이 별들 아래에서는 찌는 듯한 태양을 그리워하면서. 4계절의 변화가 여름이면 눈의 전설을, 겨울이면 태양의 전설을 이루어주는 북족 나라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한증막 속에서 별다른 변함이 없는 열대지방은 불행하다. 그러나 낮과 밤이 사람들을 이 희망에서 그렇게도 간단하게 오가게 해주는 이 사하라는 역시 행복한 곳이다.
그는 사막을 통해 철학을 선물한다. 고독한 사막은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고 더위와 고통은 삶에 대한 깊은 투쟁을 가져왔다. 비행이라는 위험한 직업을 통해 생과 사를 오가면서 생긴 경험들은 도덕적 청결함, 초연함, 절대자에 대한 겸손을 느끼게 한다.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년이 온다] 어쩌냐, 너 혼자 여기 벌 세워서 (0) | 2018.11.21 |
---|---|
[인더풀] 강박 이야기 두번째 (0) | 2018.11.19 |
[어둠이 떠오른다] 원인이 없는 이야기의 한계 (0) | 2018.11.07 |
[소문] 근원은 찾을 수 없나니 (0) | 2018.10.25 |
[갈라파고스] 진화의 시발점이 된 세기의 자연유람 (0) | 2018.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