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볼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해리포터 시리즈. 일곱살밖에 안되서 좀 무리라 생각했는데 촐망촐망한 눈빛을 보니 보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덕에 나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됐고.
세계적 열풍을 넘어 출판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해리포터 시리즈는 드물게 원작과 영화가 모두 성공한 케이스다. 안타깝게도 시리즈의 중반부에 입대하는 바람에 완결을 보지 못했고 영화가 나왔을 때에는 이미 나이를 먹어버린 다음이라 마땅히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마음먹고 들여다보니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라는걸 새삼 깨닫는다.
이 놀라운 영화는 재창조라기 보다는 활자를 그대로 화면에 담는 것에 집중한다. 영화가 먼저인지 책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텍스트와 이미지의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 CG도 CG지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었던 시각 이미지를 어떻게 이렇게 비주얼라이징 할 수 있었을까. 때문에, 영화는 원작이 주었던 모험과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도 놀라운 세계,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걸 완성해 냈다.
이번 작품에서 해리 포터는 쫒겨난 악당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사의 돌'을 지켜낸다. 영생을 주는 돌인 마법사의 돌은 그만큼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욕심이 없는 사람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 마법사의 돌을 찾아내는 장면은 상상력의 끝이라 할 수 있는데 거울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꺼내면 실제 손에 돌이 나타난다. 결코 쉬운 상상이 아니다.
15년 전 작품이라 어색할 줄 알았더니 이미 우리가 보고 있는 CG는 21세기가 시작될 때 이미 다 완성이 되었었나보다. 그 어느것도 어색함이 없는 컴퓨터 그래픽은 신비한 마법의 세계를 오롯이 그려낸다. 또 이제는 수퍼스타들이 되어버린 헐리우드 스타들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도 즐겁고.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아니면 내용 자체가 익숙해서인지 템포가 느리고 지루한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신기함에서 나오는 탄성을 먹고 사는 작품인지라 시간이 흐를 수록 신선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엄청난 시리즈의 처음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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