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평화 모드가 무르익는 한반도. 북측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코드1호, 최고지도자가 빈사상태로 탈출한다. 도착지는 남쪽.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양측의 치열한 첩보전이 펼쳐진다.
웹툰 '스틸레인'이 강철비로 진화했다. 웹툰을 보지 못해 비교는 어렵지만 결코 영화가 밀릴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가정이 너무 극적이다. 북한의 쿠데타 시나리오는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고 나름 현실감도 있는데 반해 부상당한 최고지도자를 남으로 데리고 오는 상황은 숨이 막힐 지경의 상황이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첩보전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물론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관객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다.
남과 북의 주인공 이름은 둘다 철우다. 북쪽의 엄철우, 남쪽의 곽철우. 스틸레인-강철비-철우로 이어지는 텍스트적 통일감이 영화의 주제를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 북이나 남이나 다를바 없는 이름에 다를바 없는 첩보전, 다를바 없는 사회적 상황인데 갈려 있다는 이유로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는 비참한 현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평화의 가면. 개인의 희생과 아픔.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남북 상황에서만이 그려낼 수 있는 첩보영화다. 가상의 설정 안에서 움직이는 '본 시리즈', '007 시리즈'가 철저하게 액션물로 다뤄지고 있다면 우리의 강철비는 그야말로 현실 안에 있는 진짜 첩보인 거다. 물론 실제 첩보 현장이 저럴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크건 작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분단의 감정이 관람 저변에 깔려 있는 이상 이 영화는 영화 이상의 것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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