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극한 직업] 때로는 백반이 더 당기는 때가 있다.

슬슬살살 2019. 6. 23. 14:53

화려한 음식보다 평범한 백반이 당기는 때가 있다. 백반도 맛집이 있는데, <극한 직업>은 무려 1600만명이 찾은 그야말로 백반의 맛집이다. 류승룡이 믿고보는 배우임에는 확실하지만 1천만을 넘어 명량의 뒤를 쫒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코메디 영화가 일을 치르고야 말았다. 일단 시기가 좋았다. 극한직업이 개봉하던 2019년 1월을 영화 비수기로 이렇다 할 영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복잡하지 않은 가벼운 코메디라 가족끼리 보기에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류승룡의 멘트에서 딴 광고.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라는 다소 평범한 광고 멘트가 류승룡의 입을 거치면서 놀라운 파괴력을 갖추게 됐다. 관객은 반응했다.




일단 뚜껑을 연 <극한 직업>은 관객을 쉴새 없이 웃겼다. 강렬한 예고편과 예견했던대로 웃음을 주는 단순한 조합이 가져온 파괴력이 한국영화의 역사를 뒤집어 버렸다. 물론 뒤로 갈 수록 신파+억지의 한국스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용인할 수 있는 코메디 범위 안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평가 되는 이하늬, 이동휘, 진선규의 연기가 입체적인 코메디 라인을 만들어냈다. 저질스럽지 않은 위트 있는 개그들이 이 영화 곳곳을 촘촘하게 채웠다. 잠복근무로 택한 치킨집이 우연찮게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이야기의 시작은 말할 것도 없다.


안타깝게도 나는 영화를 너무 늦게 보는 바람에 - 아마 1600만명의 뒤편에 있을 듯 - 대부분의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본 이후라 임팩트가 약했다. 그랬음에도 이정도라는게 대단하다. 앞으로 3년 정도는 추석-설날을 장식하는 한국 대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