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테오의 여행] 모든 종교는 결국 하나다

슬슬살살 2019. 6. 24. 23:22

특이하게도 종교를 주제로 하는 철학 동화다.(물론 재미는 없다) <천로역정>이 기독교를 테마로 하는 동화적 이야기라면 <테오의 여행>은 현대적으로 풀어쓴 종교 교양 소설이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종교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작게는 개인의 삶의 가치관에 관여하고 크게는 사회적, 문화적 경계선을 만들어낸다. 유물론자는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 정신적 동물인 인간에게 종교란 삶의 이유와도 같다. 유인원에 가까웠던 고대부터 우주 정복을 논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교는 각각의 문화권에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종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특정 종교의 신자라면 자기 분야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겠지만 범종교적인 고찰과 직관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종교인인 '카트린 클레망'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은 이토록 삶에 영향을 끼치는 종교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이다. 한마디로 이 짧지 않은 소설은 종교를 테마로 하는 '알기 쉬운 백과 사전'이다. Why 종교편(있는지 모르겠다)이나 만화로 보는 백과 사전-종교 쯤 되겠다.


종교를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단다. 첫째는, 자기 눈으로 보는 것에만 매달리는 것이야. 이 경우 불쾌한 장면을 대하면 곧 염증을 느끼게 되지. 둘째는, 이러한 경우 불쾌한 장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자 달려드는 것이야. 짚더미 속에 감춰져 있는 보석을 찾으려 할 때와 마찬가지로, 광신적으로 보이는 기이한 행동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의 싹을 찾아내려 하는 거지.


이 소설은 불치병에 걸린 '테오'가 부자 고모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고모는 어차피 인간의 과학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이라면 종교가 가지고 있는 신비한 힘을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독교와 이슬람, 카톨릭과 같은 대형 종교뿐 아니라 남미나 일본의 토속 신앙까지 찾는 열의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종교에 대한 중요한 몇가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유대교와 카톨릭, 이슬람은 모두 같은 뿌리에 있지만, 예수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등등.


"다수는 언제나 소수를 증오한다" 테오는 순순히 반복했다. "그러다가 소수가 다수가 되면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죠. 그리고 이들은 패자에게 가차없이 복수를 하게 되는 거예요. 고모도 그리스도교들의 경우를 들었지요? 오타비오 예하가 잘 설명해 준 적이 있잖아요. 우선 순교자를 낸 다음 전쟁을 한다구요. 처음엔 카타르파라고 자처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격이지요.


신에 대한 믿음은, 대상이 된 신이 누구이든지 간에 신자들로부터 군대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충성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것이 신앙의 본질은 아니다. 예수는 무엇보다도 사랑을 전파했으며, 마호메드는 정의를, 기타는 신성이 세상을 밝혀준다고 가르친다.


어린 테오는 종교 여행을 거듭하면서 종교가 가진 이중성을 공부한다. 모든 종교는 올바르기도 하지만 추악한 반면을 가지고 있는 것. 특히나, 기독교 같은 대형종교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타 종교에 배타적이면서 믿음을 정치적, 현실적 이슈로 끌어들인다. 이 책에서 받은 가장 큰 수확은 이슬람이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종교에 대한 이해다. 흔히들 과격분자, 맹신자로 이해하는 이슬람에 대해 보다 심플한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의 어떤 종교도 나쁘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거나 지금도 죽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에 대한 내 유일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론과 창조론을 다루면서 종교인을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지도, 신의 유무를 토론하지도 않는다. 종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자체를 일종의 사회 현상과 신비주의로 바라보고 있다. 무신론자인 저자는 종교가 가지는 독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명상을 통한 자아 고찰은 의미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기는 하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종교는 하나다. 결국, 종교란 진실을 떠나 하나의 존재하는 현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