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책을 이해하려면 두가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남자들은 왜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릴까와 인간은 자기 일이 정당하기를 원한다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의 힘들었던 과거, 찌질했던 과거를 미화시키는 본능이 있으며 거기에 더해 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인 경우에 자기 정당화를 하게 된다. 5.18의 공수부대로 들어갔던 이들이 아직도 빨갱이설을 믿고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으면 자기의 인생을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손을 씻었다고 주장하는 어느 조폭출신 작가의 소설인 <특별한 영웅>은 조폭 미화와 함게 중2병에 가까운 건달의 애국심을 테마로 하고 있는 글이다.
정일력은 부드러움과 철저한 위계 질서를 통해 이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힘과 능력에만 철저하게 의존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거친 조직세계를 넘나들면서 터득한 지혜와 혜안을 갖춘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른 일면을 내보이면서 평의회 의원들을 완전히 장악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허세 가득한 저폭의 모습이다. 이게 멋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실의 조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다. 방화라 불리었던 한국 조폭영화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나름 술술 잘 읽히기도 한다. 꼭 무협지나 이원호의 남성소설같은 느낌이다. 비현실적인 남자의 욕망을 간질이는 수준의... 특히나 이야기의 스케일을 키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조폭간의 세력다툼, 마약 이야기정도를 다루다가 종국에는 핵탄두, 대만의 중국본토수복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펼져 놓는다. 허세도 이정도면 인정해 줄만 하다.
하여튼 우리의 활약이 국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면 저희들로서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힘이 필요하시면 언제라도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그동안 우리 대원들이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살아오기는 했습니다만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인한 힘과 정열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바램을 이렇게 낮뜨겁게 글 속에 남겨두었다. 실속은 깡패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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