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리스본 쟁탈전] 선생님이 리스본 쟁탈전의 전말을 새로 쓰는 거에요

슬슬살살 2020. 2. 15. 19:04

어렵다. 오랜만에 어려워서 포기할 수준의 책을 읽었다. 실제로 포기하기도 했고. 원래 사라마구의 만연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포르투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독자가 그걸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는 확고한 손으로 볼펜을 잡고 원고에 단어를 하나 덧붙인다. 역사가가 결코 쓴 적이 없는 단어. 역사적 진실을 위해 그가 결코 쓸 수 없었던 단어. 부정을 뜻하는 단어. 이제 이 책은 십자군이 포르투갈인들의 리스본 함락을 돕지 '않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써진 문장은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비록 조금 다르기는 해도, 우리가 거짓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누르게 된 것이다. 거짓이 진실의 자리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가 역사를 새로 서술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역사가의 글을 교정하던 교정자가 역사가의 견해에 반해 단어 하나를 추가한다. 포르투갈인들이 리스본을 함락할 때 십자군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받지 않았다로. 이 작은 변화가 역사와 교정가의 인생을 뒤바꿔 놓는다. 아쉽게도 그 이후는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