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미등록자] 위정자와 위선자

슬슬살살 2020. 2. 10. 22:07

한 10년 전에 <플래티나 데이터>로 읽고 다시 접했다. 제목이 바뀐데다 세월이 많이 지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완전히 새롭게 읽었다. 어떻게 범인이 나오는 순간까지 기억을 못 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10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그 사이 4월 16일의 아픔을 딛고 대통령을 탄핵하며 시민 민주주의의 역사를 다시 썼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소모적인 이념 정쟁은 계속하고 있지만 조금씩이지만 투명한 사회, 시민의식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50%를 넘지 못하는 투표율은 조금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극우화, 관료주의는 여전하다.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도 그자리에 그대로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요? 아사마 형사님, 국민이 뭘 할 수 있나요? 데모를 하든 연설을 하든 정치가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법안을 차례대로 통과시킵니다. 이제까지 계속 그래왔잖아요. 국민의 반대 같은 건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해요. 게다가 국민이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켜도 처음에만 광광댈뿐 곧 그 상황에 익숙해지죠.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결국 모두 DNA를 관리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DNA를 관리함으로서 효율적인 범죄자 검거가 가능해졌지만 특권층은 이 시스템에 인위적인 결함을 넣어서 빠져 나가려 했다. 비록 소설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특히나 권력층의 비위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는 일본이라면 더더욱.

더보기


그들은 NF13의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원인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DNA 수사 시스템에 의도적으로 심은 '결함'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다 맞는다. 그 결함을 수정하는 것이 모굴이고, 모굴로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것을 끄집어낸다면 NF13의 정체도 판명될 것이다. 다테시나 남매가 살해된 이유도 이걸로 설명할 수 있다. NF13의 범행이 이어지자 그들은 모굴을 사용해 시스템의 결함을 바로잡으려 했다. 다테시나 고사쿠는 분명 그 말을 하고 싶어서 가구라를 불렀으리라. 하지만 그 사실을 안 NF13은 그를 막기 위해 남매를 살해했다.


전에 읽었을 때는 DNA가 감시하는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면, 이번에는 이런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위정자들과 무관심한 시민들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 그것이 후쿠시마 이슈를 가리려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침묵하는 현재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