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이 영화가 이런 영화였다니.
솔직히 포스터만 보고 눈의 여왕을 떠올렸다. 흰 배경의 안젤리나 졸리가 매력적이었지만 애들이나 보는(?) 판타지일꺼야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미루고 미루다 딸내미의 등쌀에 IPTV를 통해 접했는데 이건 간만의 대박 영화다. 원래부터 원작을 비트는 방식의 재창작물을 좋아하는데 이건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의 프린세스물-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족끼리 누워서 볼 수 있었다.
말레피센트는 인간에게 배반당해 틀어박힌 요정의 아이. 우정을 나누던 남자아이가 출세를 위해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잘라간 이후 복수를 위해 그 남자의 아이에게 저주를 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게 걸린 물레의 저주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가지 흥미로운 비틀림을 발견할 수 있다. 공주에게 저주를 건 이는 사악한 마녀가 아니라 인간에게 먼저 상처를 받은 요정이라는 사실을. 더욱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 이후다. 애초부터 아이에게 애정을 느끼지 않은 인간의 왕은 오로라 공주를 요정 보모에게 맡겨서 숨겨 놓는다. 아이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말레피센트의 저주에 지지 않겠다는 아집이 더 들여다 보인다. 오로라를 맡은 요정들 역시 지능이 낮은지 아이에 대한 애정보다는 의무감으로 아이를 돌본다. 거꾸로 아이에게 흥미를 느낀 말레피센트가 아이를 돌보는 기이한 인연이 이어진다. 결국 오로라를 사랑해버린 말레피센트는 저주를 풀려 하지만 그녀 조차도 자신의 저주를 풀지 못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새로운 해석부터가 흥미롭기 그지 없다. 여기에 인간에 배신당한 말레피센트가 사악보다는 약간 부족한 귀여운 악마의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을 매력에 빠트린다. 그야말로 츤데레중의 츤데레. 화려한 미술을 바탕으로 만든 요정의 세계는 보는 관객을 아름다움 속에 빠트린다. 단선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미술, 익숙한 이야기의 재해석 등 모든 요소요소가 이 영화를 진짜 가족 영화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만을 위한 수준 떨어지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무수한 긴장감과 해소는 성인에게도 이런 게 먹힐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집에서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와이프 조차도 '다음주에 2를 보자'라고 했으니 충분히 만족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러나 안젤리나 졸리가 너무 마른 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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