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말레피센트 2] 동화는 끝나고 자극만 남았다

슬슬살살 2020. 3. 10. 22:46

아쉽게도 1편에서의 신선함, 비틀기는 사라져 버리고 디즈니 프린세스물의 전형만이 남았다. 늘 그렇듯이. 디즈니가 헐리우드의 공룡이 되어버린 시점부터 미국의 영화는 참신함을 잃어버리고 극단적이고 말초적인 화면 구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겉모습에 신경쓰느라 본질을 잃어버린 인스타용 카페처럼 되어버렸는데 말레피센트의 속편도 같은 전철을 밟는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리함을 보여준 전작에 비해 <말레피센트2>는 억지로 스토리에 신선함을 부각 시키려 하고 자꾸 교훈을 남기려고 한다. 가족 영화는 '무언가 가르침이 있어야 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디즈니 영화에는 희망이 없다. 


이번 작품에서 말레피센트는 후면으로 빠지고 잠에서 깨어난 오로라 공주가 전면에 나선다. 이 철없는 공주는 아무 생각 없이 철없는 사랑꾼 왕자를 따라갔다가 자신을 키워 준 말레피센트와 유모, 요정들을 모조리 위험에 빠트리는 사고뭉치를 맡았다. 영화 후반부 진실을 알고 난 이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전형적인 민폐형 주인공이다. 말레피센트는 요정에게 적대감을 가진 여왕 잉그리드의 계략에 빠져 죽을번한 위기를 만나지만 숨어살던 동족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을 모아서 잉그리드 여왕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 


앞에서 말한 전형성에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영화의 미적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어서 볼거리만큼은 압도적이다. 비록 분량이 줄어들었다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 역시 충만하고. 수많은 요정이 학살당한 직후, 웃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이 커플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1편 만큼은 아니지만, 3편을 기다리는 징검다리 정도 역할은 하고 있다. 동화는 끝나고 자극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