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좀 더 미친짓을 하지 못한 자의 후회

슬슬살살 2020. 5. 24. 10:50

어느날, 젊고 아름다운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실패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자살기도 후유증으로 시한부의 삶이 추가로 일주일 더해진 상태에서 베로니카는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죽음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추가로 살아지는 삶은 조금 달랐는데 그것은 미친짓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있는 곳, 만나는 사람은 정신병원과 미친 사람들이 아닌가. 

"피아노를 연주해서 먹고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얘야"
"하지만 엄마가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셨잖아요!"
"그건 오로지 너의 예술적 재능을 계발시키기 위해서였어. 남자들은 아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단다. 파티 같은 데서 각광 받을 수도 있고. 피아니스트 생각은 잊어버리거라.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될 생각이나 해. 장래성 있는 직업은 바로 그런거야."
엄마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만큼 풍부한 경험을 가졌으리라고 확신한 베로니카는 엄마의 말에 따랐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훌륭한 성적으로 학위를 땄다. 하지만 그녀가 얻은 직업은 고작 도서관 사서직이었다.
"나는 좀 더 미친 짓을 했어야만 했어."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에게도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인간은 사실 미친짓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그것이 꿈을 잃게 하고 좌절하게 하며 의미없는 삶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베로니카는 이곳에서 미친 것 같은 사랑을 만난다. 번역자인 이상해씨가 얘기한 것 처럼 '죽음의 자각'이 이 미친 사랑을 만나게 한 거다. 물론 모든 삶의 선택지에서 미친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를 가둬놓은 삶을 계속해서 살아갈 필요는 없다. 죽음보다 미치는 게 더 결정하기 쉽지 않을까. 


"떠나자. 미친 사람들은 미친 짓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