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이들-특히 학자-일 수록 이념적인, 개념적인 차원의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정치인이 말하는 행위들, "OO 대통령은 보다 강력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같은 걸 말한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좀 더 열심히 해 봐"라는 메세지이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저런 말을 누가 못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메세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좀 더 강력하다라는 메세지는 조금 부작용이 있어도 좋으니로 해석 될 수도 있고 선제적이라는 표현은 별도의 연구를 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이렇게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힘의 세기는 천차만별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이 쓴 이 책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치인은 아닌데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지만 어쨌거나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인물임에는 틀림 없으니... 또 이번 정권 초반에 대미특사로 임명되었던걸로 보면 분명 우리는 모르는 꽤 넓은 통찰은 가지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걸 느끼기가 쉽지 않다. 300쪽에 조금 못 미치는 글 속에서는 유니크하거나 탄성을 자아낼 만한 제안이나 분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만약 그가 남한을 포함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할 방도를 찾지 못한다면 주민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할 자원과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직면한 도전은 엄청나다. 따라서 북한 내부의 정치적 도전으로 김정은이 자신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나 남한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뭐, 고등학교만 나왔으면 저 위의 글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너무도 평이한 분석과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저게 그렇게 고민한 결과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북한과 문화를 통해 대화하고 교류하자는 주장인데 작가, 어린이, 젊은이, 예술가를 교류하자 정도의 내용에서 조금도 진전시키지 못한다. 이 두꺼운 책 전체에서 아무것도 느낄수 없다니, 이건 현실에 발을 담궈본 적이 없는 금수저의 여흥으로서의 통찰이 아닐런지. 실체를 찾기 힘든 두루뭉술한 개념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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