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 영화 평론집] 1년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

슬슬살살 2020. 5. 26. 21:11

기생충을 너무 맛깔나게 본데다가 여기 저기에서 기생충에 숨겨진 코드, 의미를 알려주니까 재밌더라. 그런차에 서점에서 발견한 이동진의 평론집 목차 맨 앞을 차지한 기생충이라는 제목은 앞 뒤 안가리고 2만여원을 결재하게 만들었다. 역시, 이동진의 명료하고 디테일한 해설은 책 제목처럼 영화의 두 번째 얼굴을 밝혀준다.

 
탁월하게 연출된 그의 작품들을 보고 나서 번져오는 무력감의 진짜 이유는 싸움의 결과가 아니라 그 싸움의 구도이다. 봉준호는 그 무력감이 지배하는 그라운드 제로의 폐허에서 다시금 이 세계의 모순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볼 것을 제안하는 회의론자다. ('기생충'에서)


기생충 영화 구석구석에 숨은 현상을 설명하는 걸 넘어서 이 영화를 보고 드는 감정의 근원을 짚어주는 이동진의 해설은 하나의 정신분석학을 보는 듯 하다. 그것도 잘 맞아 떨어지는 꿈 해몽을 접할 때처럼 '맞아맞아'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충 훑어본 제목에서 웬만큼 본 영화가 많을 줄 알았는데 두번째 영화 '아사코'부터 막힌다. 게다가 보지 않은 영화의 비평을 읽는 것 만큼 지루하고 무의미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 끝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영화를 하나하나 보면서 읽어나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 편이 넘는 영화를 다 보려면 아마 일년은 족히 넘게 걸리리라. 그렇지만 충분히 그럴만 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번 기회에 놓친 영화들 하나하나 살펴보고 이 책을 통해 두 번 보기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 이조가 아닐까. 한 1년 뒤, 이 글의 뒤에 완독을 했음을 알릴 때까지, 이 책은 잠시 접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