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였다면 절대 보지 않았을 일본 영화지만 이동진 평론가의 평을 읽고 결제를 했다. 일본 불매운동 같은 건 아니고, 평소 일본영화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사코'를 본 이후에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았다. 연기도 영상미도 수준 이하. 한국의 연기에 비해 과장된 느낌의 제스츄어는 다른 나라의 문화라 할 지라도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나름의 스타인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카라타 에리카지만 요즘 한국 스타들에 비하면 촌스러운 외모에 연기도 마뜩찮다. 저예산 영화에 가까운 영상미는 두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를 짚고 넘어간데는 이유가 있다. 소위 말하는 영화의 때깔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많지만, 그 첫사랑이 나쁜 남자이고, 닮은 남자를 만났다가 다시 첫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여기에 더 나아가 보통의 경우에는 두번째 남자에게 남거나 첫사랑과 재회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기 마련이지만 <아사코>는 두번째 사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믿음을 배신하고 상처를 준 다음에 돌아오는 사랑은 난폭하고 아프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첫 번째 남자인 바쿠에게 받았던 사랑과 아픔을 그대로 료헤이에게 전달하는 아사코의 모습에서 매정함을 느끼면서 또 한 편으로는 본인의 감정에만 충실한 이기심이 부럽기도 한다.
"이런 날이 올까봐 두려웠어, 지난 5년동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사코'를 다시 받앚는 료헤이지만, 매끄럽고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분명, 아사코는 돌아 왔지만 그 이전의 사랑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영화는 모호하게 끝을 맺고 있지만 그리 쉽게 치유될 상처라면 이렇게 아프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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