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영화지만 마지막 10초는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단 10초만으로 전체 영화의 장르를 바꿔버리는 이 반전은 형식적인 면에서나 영화적인 측면에서나 전무후무한 방법. 역대 반전 영화들은 많았지만 이런 방식의 반전을 보인 영화는 이 영화가 유일하다. 마지막이 너무 충격적이라 120분간 열연했던 맥어보이의 연기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휘발되어 버릴 지경이다. 지금은 이 영화가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히어로 3부작의 중간, 빌런탄생 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보는 도중에는 이런 식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게 있다니...
아직 <글래스>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언브레이커블>에서 히어로를, <23 아이덴티티>에서 빌런을, <글래스>에서 마무리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다중인격 환자인 케빈이 세명의 소녀를 납치하는데서 시작한다. 처음엔 성적인 목적인 것 같았지만 이 소녀들의 납치를 두고 케빈의 인격들 간의 다툼이 벌어진다. 어린아이, 여성, 결벽증 환자에 이르기까지 23개의 인격이 케빈 안에서 살고 있는데 순간적인 변화를 오가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가 끔찍할 정도로 멋지다. 신내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소녀들이 갇혀 있는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었지만 맥어보이의 연기는 이 모든 걸 부숴버리고 극적인 다양성을 영화 내내 끌고 간다. 상대적으로 내공이 떨어지는 소녀들조차도 덩달아서 열연한다.
케빈은 자신 속에 숨어 있는 마지막 인격 '비스트'의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의 주치의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며 믿지 않다가 결국 살해되고 만다. 갇힌 소녀들 역시 두변은 비스트엥게 살해 당하고. 인격의 변화는 정신적인 문제일 뿐 물리적인 변화 - 키가 커지거나 힘이 세어지거나 근육이 생기거나 하는 등 - 는 불가능 한 것이 정설이지만 캐빈의 마지막 인격은 그러한 자연법칙 마저 초월한 것이다. 어린시절 자신을 성폭행 한 삼촌을 쏘아버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케이시만 살아난다. 샤말란 감독은 늘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다가 마지막에 주인공을 바꿔버리는 걸 즐기는 듯 하다. 마지막 브루스 윌리스의 등장으로 <글래스>는 안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유리선생과 비스트라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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