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더욱 훌륭했을

슬슬살살 2020. 9. 8. 21:15

2.5단계로 격상하기 직전,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영화를 봤다. 코로나로 뒤숭숭한데도 꽤 들어찬 관객을 보면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못해다 칠팔백만은 찍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신세계2라는 유언비어를 들려줘서 그런가보다 하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완전 아니잖아. 일단 즐거운 것은 방콕의 모습이다. 영화 특징상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익숙한(?) 동남아의 간판과 모습들이 반갑다. 

 


국가의 특수요원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는 인남(황정민)은 옛 연인의 납치된 딸을 찾으러 방콕으로 향한다. 딸을 구하려다 연인도 죽어버린 상황. 그리고 일본 청부업의 미친개인 레이(이정재)가 형의 복수를 하겠다며 그를 뒤쫒는다. 얽히고 섥힌 추격전 가운데 예비 스랜스젠더인 유이(박정민)이 인남을 돕기 시작하고 납치에 관여한 태국의 갱단도 추격전에 가세하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간다. 


일단, 신세계보다 훨씬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스케일을 해외로 넓힌 만큼 보다 다양한 방식의 액션신이 벌어지는데 총기와 수류탄, RPG까지 스펙트럼을 넓혔다. 영화에는 두 개의 잊지못한 등장이 있는데 하나는 이정재다. <관상>만큼은 아니지만 온몸에 문신을 바르고 이를 바득대며 나타나는데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잔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데 어찌나 무시무시한지.. 두번째는 박정민. 아무 정보가 없어서 몰랐는데 트랜스젠더라니. 거기에 그렇게 어울린다니. 박정민을 다시 봤다. 


아무리 신들린 연기들이 있었더라도 아이의 납치와 구조라는 플롯은 어쩔 수 없이 <아저씨>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단선적인 추적에 쫒고 쫒기는 관계도를 만들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이 돋보인다. 여기에 다양한 방식의 액션 - 한 장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장면이 없을 정도 -이 영화 내내 숨을 멎게 만든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신세계가 가진 대한민국 대표 누와르 자리를 차지할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