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팬텀 스레드] 자의식 과잉을 다스리는 마조히즘

슬슬살살 2020. 10. 5. 21:18

우리는 장인정신을 가진 예술가에게 경외와 존경의 메세지를 보낸다. 단 하나의 예술품, 단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기나긴 고행을 겪거나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함 등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러한 고지식함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위플래시>가 관객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줬던지 기억해보자. 

<팬텀 스레드>는 패션 디자이너를 장인의 위치에 놓고 반대편에는 연인을 올려 놓는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배치지만 장인은 완벽에 더불어 고집과 독선을 가지고 있고, 연인은 집착을 쥐고 있다. 보통의 경우에서 연인의 역할이 평범한 조력자, 영감의 원천으로 기능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마스터피스를 노리는 또하나의 장인으로 등장한다. 

 


1950년대 사교계 최고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알마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지금까지 행해왔던 엔조이 이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알마는 보통의 여인과 확연히 다르다. 그녀는 오히려 레이놀즈의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해 오히려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심지어 독버섯을 먹이고 고통스러워 하는 그를 간호하는 '뮌하우젠 증후군'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더욱더 알 수 없는 건 이를 알고도 그녀에게 더욱 사랑을 느끼는 레이놀드의 태도다.

영화가 쉽지는 않다. 예술영화처럼 각각의 장면과 등장인물의 태도는 난해하다. 등장인물들이 일부러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자의식 과잉인 남자친구를 괴롭히는 마조히즘에서 야릇한 즐거움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