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
흥미로우면서도 많은 영화에서 차용됐던 소재다. 짐 캐리의 <라이어라이어>에서는 거짓말을 못하게 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009년에 나온 인디영화 <거짓말의 발병>은 아예 모든 사회가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걸 전제한다. 그 대부분은 악질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가벼운 거짓말 - 잘 생겼어요, 언제 한 번 밥먹어요, 내가 한 때는 이렇게 성공했어 등등 - 이 대부분이라 삶을 조금 편하게 살아가는 과정 정도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는 정치인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진실이길 바란다. 그 달콤한 말이 진실일 때 주어질 보상이 크기 때문에..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은 표를 바라기 때문에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일들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이 영화는 단순하지만 그래서 재밌다.
거짓말을 못하게 된 정치인 라미란이 이걸 극복하고자 하면서 초심을 다시 찾아가는 얘기는 심플하면서 소소한 개그꺼리들을 많이 던져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 악인이 별로 없다는 거다. 끽해야 뒷 돈 받아먹는 정치인들 정도에서 악의 역할을 배치해 놓는다. 보통은 쇼윈도 부부로 그려지는 부부관계 역시 나름 금슬이 괜찮게 나오기도 하고... 외국가서 말 안들을 자식 역시도 조건을 내세우긴 해도 군대 가겠다며 머리를 밀리는 등, 그저 귀여운 수준의 나쁜 짓(?) 정도다. 그러다보니 라미란이 개과천선하는 장면에서 감정을 확 폭발 시키거나 눈물을 짜내지도 않는다. 라미란의 개인기와 김우빈의 색다른 모습으로 풀어나간 조그마하고 귀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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