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서른과 마흔 사이] 불안을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타이레놀

슬슬살살 2020. 10. 6. 21:51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목록은 당신의 독서목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성공한 사람들만 읽는 '비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직 비서만을 찾아다니는 탓에 다른 책들은 모두 뻔한 이야기로 읽히고 마는 것이다. "30대에는 100권의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100번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100번쯤 읽으면 세뇌가 되거든요. 성공한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겁니다. 즉 성공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결실이 아닙니다. 성공은 이미 성공한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성취입니다."

결혼하고 놀랐던게 유난히 와이프가 가진 책 중에 성공학, 자기계발, 재테크 관련한게 많다는 거였다. 당시 서른이던 이는 아마도 자기가 옳게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었던 듯 하다. 이런 류의 책은 유난히 일본에서 건너온게 많다. 한국보다 먼저 압축성장을 한 일본이 정체기에 빠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정체되고 불안을 많이 느꼈다. 게다가 한국과 달리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문화는 변하고 싶지만 어찌할 바 모르는 많은 이들을 탄생시키고 이에 발맞춰 많은 자기계발서가 등장했다. 

'30대에 이루지 못하면 평생 후히하는 70가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목차만 봐도 뻔하다. '오래된 상처와 당당하게 만나라', '자아도취의 습관을 길러라'등등... 혹시나 해서 정독했지만 역시나 감흥은 없다. 물론 이런 책이 내용보다 실천이 중요한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뭔가 동기부여를 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매주 만나는 교장선생님의 말과 무엇이 다를까. 게다가 실천 방법이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데 메모와 수첩에 적으라는 얘기가 결론일 정도다. 이런 책들이 불안을 잠깐 잠재우는 타이레놀이 될 수는 있어도 뿌리까지는 치료하지 못한다. 사람은 강력한 계기를 가지고 독하게 변하지 못하면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자, 작가인 오구라 히로시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똑같은 자기계발서를 복붙해가면서 나름의 끈질긴 전쟁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이것도 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