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사랑은 물과 같아

슬슬살살 2020. 12. 25. 09:51

사랑의 색깔과 모양은 사실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 붉은, 또는 분홍 빛 하트. 하지만 진자 사랑은 어떤 형태를 띄고 있을까. 기괴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끌어내기로 유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톡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사랑의 형태에 대한 고찰이다. 일단 등장인물들부터 심상치가 않다. 

다른 한쪽은 주류 집단의 바깥에 있다. 그들에 의하면, 괴생명체는 '짐승'에 불과하다. 엘라이자는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고 젤다는 흑인인데 둘은 모두 여성이다. 자일스는 동성애자이고, 디미트리는 외국인이다. 하지만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배우는, "이름도 계급도 없는" 이들은 물처럼 하나가 되어 벽을 넘어선다.(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물속에서 포옹한 채 괴생명체와 하나가 된 엘라이자 목의 상처에서 발현하는 아가미를 보여줌으로써 그녀 역시 같은 종이었을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 이동진의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中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 비주류층이다. 유일하게 지배층으로 등장하는 장교 역시 주류 세계에서 쫒겨남으로서 '아웃사이더의 영화'라는 영화적 정체성을 지켜 나간다. 사실 이종족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가까이는 <가디언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있고 <아바타>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기묘한 관계는 처음이다. 귀머거리와 심해인어라니. 사회인 사이에 있지만 소리를 듣지 못해 사회와 단절 된 엘라이자와 심해 어딘가에 살고 있지만 육상종족(?)에게 사냥당한 인어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그런 이들에게 서로의 외형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둘을 갈라 놓는 장벽인 물 조차도 종국에는 그들을 지키는 장벽으로 변한다.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가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뿐."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세상의 모든 곳에 편재해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그 사랑은 무정형일 수 밖에 없다. 사랑의 모양은 이렇다고, 진짜 사랑의 형태는 바로 이래야 된다고 특정해서 규정하는 순간, 사랑의 신비는 휘발되고 그 규정 밖의 사랑들에 대해서 폭력이 시작딘다.  - 이동진의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中

물은 형태가 없다. 사랑은 물과 같아 형태를 지니지 않는다. 동화적인 상상에 가까운 리얼 러브, 이 영화는 순수함의 끝을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사회의 느낌이 나찌를 떠올리게 하는 전제정권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