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소설의 스타라는 기사를 본게 불과 몇년 전인 듯 한데 벌써 10번째 단편집이란다. 당시 김동식 작가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관심을 잠깐 가졌다가 잊고 살았는데 불현듯 알라딘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결제했다. 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쓴 글이라 그런지 쉽고 가볍지만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벼운 글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에 정말 잘 먹힐 수 있는 글들이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그의 글은 철저하게 스티븐 킹의 글쓰기론을 따른다. 문체는 쉽고 간결함며 내용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만약 OO한다면으로 출발하는 그의 글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반전을 꾀하면서 독자를 탄복시키고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어 어딘가 모를 씁쓸함을 자아낸다. 한 편을 읽고 난 후에 드는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묘한 자기반성을 불러 일으킨다. 예를 들면 표제작인 '밸런스 게임'은 두가지 선택지를 독자에게 던진다.
1000만원과 100만원이 있다 네가 1000만원을 선택하면 한 사람이 죽지만, 100만원을 선택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네가 100만원을 선택하고 이곳을 떠난다면 모든 것을 기억할 테지만, 네가 1000만원을 선택한다면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인간은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김동식 작가는 기억하지 못하는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면서 인간 내면의 이기심을 불편할 정도로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나름 100만원이라는 이타적인 선택을 한 주인공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후회하는 장면은 또다른 백미. 한 편이 5장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여운은 길다. 글솜씨가 훌륭하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김동식 작가가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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